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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신동빈 '롯데가 소송' 하루 전 순환출자 84% 해소…일단 '약속이행'

중앙일보

입력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롯데그룹이 기존 416개의 순환출자고리 중 약 84%(349개)를 해소했다.

복잡한 기업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신동빈(60) 롯데 회장의 약속 이행이자, 호텔롯데 상장 계획의 밑작업으로 풀이된다.

호텔롯데는 27일 롯데쇼핑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알미늄 주식 12%, 한국후지필름이 보유하고 있던 대홍기획 주식 3.5%, 롯데제과가 보유하고 있던 한국후지필름 주식 0.9%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호텔롯데가 3개 계열사로부터 매입하는 주식수는 12만7666주, 매입금액은 1008억원이다.

이로써 롯데는 지난 8월28일 신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롯데 계열사 주식을 매입, 140개(33.7%)의 고리를 끊어낸 데 이어 이번엔 50.2%를 해소했다. 롯데 순환출자고리는 현재 총 83.9%가 끊어졌고 67개(16.1%)만 남게 됐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개혁 약속’을 차질없이 지켜가고 있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실제 신 회장은 지난 8월 경영권 분쟁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서 투명한 경영을 위해 연내 그룹 순환출자고리를 80% 이상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9월1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그 시기를 10월말로 앞당기겠다며 지배구조 개선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는 앞으로 지주회사 전환으로 순환출자고리를 완전히 해소해 더 투명한 경영구조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신 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영 투명성 확보·기업문화 개선·사회공헌 확대 등 국민께 약속한 것을 반드시 지켜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 측의 신속한 개혁작업은 형 신동주(61)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에 대한 일종의 ‘대응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아버지이자 그룹 창업주인 신격호(94) 총괄회장의 뜻을 전면에 내세운 신 전 부회장과 달리 그룹 개혁과 사업 과제에만 전념하며 ‘총수일가’가 아닌 ‘전문 CEO’로서의 면모를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신동빈 회장은 지난 8월26일 롯데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이래 기업문화개선위원회 출범(9월15일), 롯데문화재단 설립(9월24일), 롯데 액셀러레이터(청년 창업지원법인) 설립(10월26일) 개혁작업과 사회적 책임 활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결국 롯데가 약속들을 하나하나 차분하게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기업이 가야할 길을 계속 가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신 회장은 아버지의 건강 문제 등을 이슈화하는 것을 자식된 도리로 꺼리고 있다”며 “철저하게 가족 갈등과 기업은 별개라는 생각으로, (신동주 측에 대한)대응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 회장으로부터 일본롯데 경영권을 되찾겠다며 법적 소송에 나선 신동주 전 부회장은 ‘선 순환출자 해소, 후 호텔롯데 상장’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인 롯데홀딩스의 대주주다. 그는 지난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롯데 순환출자의 80%는 풀기 쉽지만 나머지 20%는 풀기가 매우 복잡하다”며 “호텔롯데 상장은 찬성하지만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선 순환출자를 100%푼 뒤에 상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이미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작업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신 전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쇼핑을 상대로 낸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신청’에 대한 첫 심리가 2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가처분 신청을 통해 회계자료를 확보하고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중국사업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법무법인 양헌과 두우를, 신동빈 회장 측은 김앤장 등을 법률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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