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설립자가 낸 재산은 돌려받고, 부실대학 문 닫게 해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부실 사립대학의 설립자가 대학에 출연한 만큼(출연금+이에 대한 물가상승 반영분)의 재산을 돌려받고 스스로 대학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다. 그동안 부실 사립대에 퇴로를 열어주자는 논의는 많았지만 설립자에게 대학 재산을 얼마나 돌려줄지에 대한 기준이 제시되지 못했다.

안홍준 의원 등 20명 법안 발의
물가 감안한 출연금만 되찾고
나머지는 공익법인에 내놓아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홍준 의원은 “교육부와의 세부 협의를 거쳐 ‘대학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을 의원 20명이 23일 공동 발의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기사 이미지

 이 법안은 자체 계획에 따라 해산하고자 하는 사립대는 정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잔여재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잔여재산은 대학의 순자산가액에서 등록금 환불액, 교직원 퇴직수당, 국가예산으로 구입한 재산 등을 제외하고 남은 부분이다.

법안에선 잔여재산과 관련해 ‘전부 또는 일부를 공익법인 등에 출연할 수 있도록 하되 설립자 등에게 귀속되는 금액은 설립자 기본금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설립자 기본금’이란 설립자·이사장 또는 학교법인의 특수관계자가 대학에 출연한 재산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금액이다. 대학별로 재무제표에서 이 금액을 별도로 구분해 회계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8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하위(E) 등급을 받은 대학 중 한 곳에 이를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순자산가액이 2960억원, 자기자본금은 262억원인 이 대학이 만약 자진해 폐교하면 순자산가액 중 995억원을 해산 비용으로 쓰고, 잔여재산 1965억원 중 설립자는 262억원(순자산가액 대비 8.9%)을 회수하게 된다. 잔여재산 중 나머지는 공익법인 등에 출연해야 한다.

 대학구조개혁 법안은 지난해 4월 김희정(현 여성가족부 장관)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사실상 폐기된 상태다. ‘김희정 법안’은 잔여재산과 관련해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계획서에서 정한 자에게 귀속할 수 있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잔여재산 처리 방법을 명시하지 않았다. 또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어 대학 재산을 돌려받은 유가족이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게 했다. 이에 대해 야당에서 “사립대 설립자에 대한 과다한 특혜”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23일 발의되는 ‘안홍준 법안’에선 잔여재산 귀속 허용 한도를 설립자의 기여분으로 한정하고 상속세 등 면제 조항도 뺐다. 안 의원은 “대학 설립·운영에 기여한 부분에 한하여 설립자에게 되돌려줌으로써 자발적 퇴출을 위한 최소한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도 ‘과다한 특혜’ 소지를 막도록 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에는 구조개혁의 정의에 정원 감축이나 대학 해산 외에도 학사구조 개편, 대학의 기능 전환 등이 포함됐다. 이는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평가 결과를 토대로 개별 대학에 정원 감축을 지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