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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가장 섹시한 정치인' 어깨에 새긴 문신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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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의 문신을 드러낸 채 권투 포즈를 취하고 있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신임 총리 예정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예정자는 문신을 갖고 있는 세계 유일의 지도자일까.

영국 BBC방송은 21일(현지시간) 인터넷판 기사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43살의 젊고 잘 생긴, 근육질의 트뤼도는 왼쪽 어깨에 큼지막한 문신을 새겼다. 휴가지에서 근육질 상반신을 드러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사냥터에서 웃통을 벗어 젖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있었지만 그들의 몸에서는 문신을 발견할 수 없었다.

트뤼도의 캐나다 총선 승리 이후 인터넷에선 그의 문신에 대한 관심이 높다. BBC 보도에 따르면 수많은 사람들이 트위터에서 “트뤼도가 문신을 가진 첫 번째 서방 지도자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트뤼도는 2012년 자신의 트위터에서 문신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그는 “내 문신은 하이다족(캐나다 에스키모 원주민)의 까마귀 문양 안에 지구가 그려진 모양”이라며 “23살 때 지구 문신을 그렸고, 40번째 생일 때 로버트 데이비슨(하이다족 출신의 예술가)의 까마귀 그림 문신을 했다”고 밝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문신은 더 유명해졌다. 자선 복싱 경기에 출전하면서 문신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트뤼도는 아버지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의 두 번째 임기 중이었던 1976년 가족들과 함께 브리티시컬럼비아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명예 하이다족이 됐다. 그가 한때 환경운동가로 활동했던 전력이 있음을 감안하면 ‘까마귀 문양 속 지구’ 문신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유추하는 게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문신을 한 또 다른 세계 지도자가 있을까. BBC는 현재의 국가 지도자급 가운데 문신을 했거나, 공개적으로 이를 드러낸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문신 역사가인 애나 프리드먼과 문신 연구자 케빈 개넌 교수는 “설령 문신이 있더라도 이를 숨길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과거 지도자들 가운데에는 문신을 했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러시아의 니콜라이 2세는 1891년 일본을 방문하는 동안 용 문신을 했다. 유고슬라비아의 알렉산더왕도 가슴에 독수리 문신을 갖고 있었다. 덴마크의 프레데리크 9세는 해군 복무 시절 해군 관련 문신을 했다.

영국의 조지 5세와 에드워드 7세는 예루살렘 순례의 의미를 담아 십자군 십자가 모양의 문신을 팔에 새겼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닻 모양의 문신을 갖고 있었던 걸로 알려져 있지만 처칠센터 측은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에서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가슴에 가문의 문장을 그린 문신을 새겼다. 제임스 포크 전 대통령은 한자 문신을, 앤드류 잭슨 전 대통령은 허벅지에 ‘토마호크’(인디언 도끼) 문신이 있었다.

프리드먼은 “흥미로운 건 트뤼도가 자신의 문신을 대중들에게 드러내는 것을 즐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넌 교수도 “총리라는 자리는 격식을 차릴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는 다르다. 새로운 접근이 매우 신선하게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국가 지도자들에게 문신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문화다. 프레드릭 라인펠트 전 스웨덴 총리는 2008년 한 거리 예술가로부터 “가슴에 문신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과 함께 도안 그림이 그려진 편지를 받았다. 이 예술가는 총리의 가슴에 새길 문신으로 바이킹 배와 불꽃 모양 방패 아래 총리 부인의 이름을 새긴 도안을 제안했다.

라인펠트 총리는 정중히 제안을 거절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총리는 젊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생각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제안을 거절했으며 앞으로 문신을 할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다.

『문신: 신체 예술의 사회적 기원』의 저자인 토론토 대학 사회학과 마이클 앳킨슨 교수는 “보수적인 캐나다인들은 트뤼도의 문신이 그가 총리가 될 준비가 안 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여기겠지만 다른 캐나다인들에겐 (원주민 문양을 새긴 것이) 통합의 상징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앳킨슨 교수는 “새로운 스타일이나 사회 참여 같은 감각을 갖춘 리더십을 원하는 이들에게 트뤼도 총리 예정자의 문신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아주 좋은 표식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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