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니, '리얼극장' 후기, 그리고 못 다한 이야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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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달리는 악플 때문에 속상해요. 그런 의도가 아닌데…. 엄마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델 출신 방송인 이파니가 엄마와 함께 출연한 EBS '리얼극장' 방송이 나간 후 속상한 마음을 털어놨다.

20일 방송된 '리얼극장'에선 이파니가 어린 시절부터 떨어져 산 모친과 수 년 만에 만나 함께 7박 8일 세부 여행을 가는 모습을 담았다. 이파니는 6살 때 가정을 떠난 어머니와 15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았다. 이파니가 성인이 된 후 모친에게 연락이 왔지만, 당시 이파니는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못 했다. 어머니가 낯설기도 했고, 하루아침에 가까워지는 게 쉽지 않아 어머니를 밀어내기만 했다. 어머니의 꾸준한 노력에도 좀 처럼 모녀 사이가 가까워지진 않았다. 서로 보지 않은 긴 시간이 그들을 막아섰다.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이파니는 비로소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래서 '리얼극장' 방송을 통해 엄마와 동반 여행도 다녀왔다. 함께 여행하며 서로 솔직한 모습을 확인했고, 15년의 간극도 좁혀졌다. 싸우기도 했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러면서 서로를 향한 사랑과 진심을 확인하며 모녀 관계를 회복했다. 하지만 이 모습이 방송이 나간 후 의도치 않는 반응에 이파니는 또 한 번 눈물을 흘려야했다. 어머니에 대한 악플,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쏟아내는 질타에 이파니는 속상해했다.

-방송이 나간 후 어떤 기분인가.
"'엄마가 나쁘다' 혹은 '앞으로 서로 보지 말고 살아라'라는 식의 악플이 많이 달렸다. 둘이 잘 해보려고 여행을 간 건데 오히려 상처만 받은 것 같다. 방송을 어제 보면서 엄마한테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엄마와 서로 문자도 주고 받았다. 그런데 댓글을 보니 다 엄마를 안 좋게 보는 반응 뿐이었다. 속상했다. 엄마한테 미안하다. 돈 때문에 엄마가 나를 찾아온다는 말에 엄마가 많은 상처를 받았다. 사실은 그게 아니다. 엄마는 나를 만나러 올 때 마다 집에 있는 온갖 살림살이를 다 들고와서 주고 간다. 나한테 잘했는데 내가 밀어내고 마음을 열지 못 했던 시간도 있었다. 엄마는 나한테 잘하려고 했는데 내가 오히려 못 해서 미안한 게 많았다. 그래서 여행도 간 거다."

-방송에서 함께 여행을 다녀온 후 실제 모녀 관계는 어떤가.
"정말 많이 좋아졌다. 솔직히 이번에 여행가서 엄청 많이 싸웠다. 하루 종일 같이 있는 게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다. 얘기를 하다가 감정이 서로 격해지기도 하고, 화도 내고, 그랬다. 하지만 다 잘 풀고, 좋아져서 돌아왔다. 방송이 짧아서 다 못 나간 부분이 있다. 엄마에겐 말 못한 긴 사연이 있다. 그게 다 다뤄지는 게 조심스러워서 방송에선 안 나갔는데 그걸 모르니 시청자분들이 오해를 하고 엄마를 안 좋게만 보시는 것 같다. 방송 시간상 다 보여주지 못한 엄마의 마음을 나는 받았는데 방송에서는 안 보여진거 같다."

-엄마를 이해하나.
"나중에 커서 안 사실인데 엄마는 내가 6살 때까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다가 나를 너무 가난하게 키우는 게 싫어서 보낸 것이었다. 그런 엄마를 예전엔 이해하지 못 했다. 또 15년 만에 다시 만난 엄마가 '연예인이 왜 가난하게 사냐'고 했을 땐 서운하고, 속상해서 다시 연락도 끊었다. 엄마는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얘기한건데 그걸 나도 곧이 곧대로 들었던 때가 있었다. 엄마는 나한테 가난하게 살지 말고,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걱정하며 말 했던 거였다. 엄마는 내가 이혼도 하고 자신의 인생을 따라오는 것 같아 너무 괴로워하셨다. 하지만 우리에겐 긴 공백기간이 있어 나 역시 어릴 땐 엄마의 깊은 뜻을 다 이해하지 못 했다. 하지만 이젠 나도 엄마가 되어 보니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엄마를 이해하게 됐고, 그래서 여행도 간 거다. 여행가서 더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 엄마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소중한 딸이었다. 하지만 난 어린 시절 함께 지내지 못 한 엄마가 처음엔 낯설기도 했다. 지금은 친구를 처음 사귀는 마음과 같다. 조금씩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고 있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엄마랑 내가 더 늙어서 꼬부랑 할머니가 되서 '맞아. 그땐 이랬지'하며 그때가서 '미안해, 앞으로 잘할게'가 아니라, 지금부터 가까워져서 엄마와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방송에 엄마랑 같이 나가는 것도 신청했고, 정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솔직한 마음을 서로 공개한 건데 그게 남들 눈엔 안 좋게 보인 것 같아서 엄마한테 미안하다. 엄마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랑 솔직하게 얘기하고 풀고 싶었고, 그렇게 됐다. 시청자분들이 좋은 시선으로 우리 모녀를 바라보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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