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층도 면적도 같은데 … 23억 더 비싼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기사 이미지

지난 8일 견본주택을 공개하고 분양을 시작한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 엘시티 더샵 아파트. 84층에 들어서는 244㎡형(이하 전용면적) 펜트하우스는 D(4가구)타입과 E타입(2가구) 총 6가구다. 집 크기와 층이 같지만 분양가는 D타입이 45억~49억원대, E타입 67억9600만원이다. E타입은 3면에서 해운대 앞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데 비해 D타입은 2개 면에서 바다 조망이 가능하다. 분양가 차이 19억~23억원은 조망권 프리미엄인 셈이다. 이 아파트의 다른 주택형은 층수별로 분양가가 다르다. 144㎡형의 경우 9층이 12억원 선이고 83층은 이보다 3억6000만원(30%) 더 비싼 15억6000만원이다. 분양가에 층수가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바다 조망 범위가 반영됐다. 해운대 엘시티 이광용 본부장은 “해운대 백사장과 맞닿아 있어 바다와 해변 조망을 갖췄다”며 “조망을 고려해 분양가를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치솟는 조망권 프리미엄
해운대 엘시티 84층 분양가
바다 조망면 2개냐 3개냐 변수
한강 잘 보인다고 5억 차이
서울숲 제대로 조망에 2억
주택 경기 좋을 때 더 올라

 아파트 분양가의 조망권 프리미엄이 치솟고 있다. 바다·강 등의 조망 정도에 따라 같은 단지, 같은 주택형에서도 가격이 천양지차다. 쾌적한 주거환경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서다. 집값이 상승세를 타면서 조망권 몸값은 더욱 오르고 있다. 분양시장에서 가장 비싼 조망권으로 해운대 앞바다가 꼽힌다. 해운대에선 국내 최대 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바다와 야경이 화려한 광안대교를 감상할 수 있다. 엘시티 펜트하우스 가격에 들어가 있는 조망권 금액은 국내 아파트 분양 사상 최고다. 앞서 해운대에서 나온 단지들에도 비싼 바다 조망권 값이 포함됐다. 2008년 분양된 80층짜리 해운대 두산 위브더제니스 157㎡형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700만원이었다. 바다 조망이 좋은 30층 이상은 이보다 3.3㎡당 300만원 더 높은 2000만원대였다. 가구당 가격이 9억7540만~13억3040만원 선이었다.

기사 이미지

 바다와 같은 물을 내려다보는 ‘블루 조망권’으로 서울 한강의 가치도 만만찮다. 한강을 앞에 둔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45층)는 2008년 분양 당시 217㎡형 분양가가 35억7500만~41억2500만원대다. 몸값 차이가 5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9월 분양된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22㎡형의 분양가가 16억3300만~22억5100만원이었다. 한강을 볼 수 없는 1층과 한강이 잘 보이는 30층 가격 차가 6억여원이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물은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 바다와 한강 조망권이 많이 선호된다”고 말했다.

 녹색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그린 조망권’도 주택 수요자들이 많이 찾는다. 성수동 뚝섬 일대에 조성된 대규모 공원인 서울숲 인근에 지난해 3월 분양된 서울숲 트리마제 140㎡형은 층과 라인에 따라 분양가가 22억2810만~24억2100만원 선이었다. 서울숲을 제대로 조망하는 데 2억원이 드는 셈이다. 서울 남산 자락인 중구 회현동에 들어선 남산SK리더스뷰는 2007년 분양 당시 남산 조망에 따라 분양가를 나눴다. 131㎡형 저층 분양가는 8억9000만원인 반면 남산 조망이 뛰어난 25~27층은 12억1000만원이다. 분양가 차이가 3억2000만원이다.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조망권 가치가 커졌다. 7년 전 조망권에 따라 4억원 차이 나던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 분양가가 요즘 시세로는 6억원으로 확대됐다. 한강변에 8월 완공된 이촌동 래미안 이촌 첼리투스(56층) 124㎡형은 2012년 분양가가 1억원도 차이 나지 않았는데 현재 시세는 6억~7억원으로 벌어졌다. 이촌동 동양공인 이종광 사장은 “입주 후 층에 따른 한강 조망권 차이가 피부로 느껴지면서 가격 차이가 심해졌다”고 전했다. 다만 조망권 가치는 주택경기를 많이 탄다. 명지대 권대중(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경기가 좋을 땐 주택의 심미적 효과가 부각되면서 조망권 가치가 올라가지만 시장이 침체되면 주택 선택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