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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이 들려준 특별한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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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없는 국기


[특집│부산국제영화제 ]
거장이 들려준 특별한 이야기

바흐만 고바디 감독

이란의 바흐만 고바디(46) 감독은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2000) 등 전작을 통해 자신의 뿌리인 쿠르드족 난민의 비참한 현실을 알려왔다. 신작 ‘나라없는 국기’는 쿠르드족 출신 파일럿과 여가수가 쿠르드 난민촌의 아이들을 가르치며 민족의 긍지를 일깨운다는 내용. 고바디 감독과 난민촌 아이들이 만든 단편 ‘국경의 아이들’도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굳이 영화의 소재를 찾진 않는다. 쿠르드인으로서 내가 보고 느낀 것, 쿠르드족 문제를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내 작업의 원동력이다. 내 영혼이 녹아든 작품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현재는 쿠르드 난민촌 아이들에게 영화를 가르치며 카메라가 총보다 위대하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부디 예술이 그들을 도울 수 있기를."

지아장커 감독

제3회 부산영화제에서 장편 데뷔작 ‘소무’(1997)를 선보인 이래, ‘스틸 라이프’(2006) 등을 발표하며 거장으로 성장한 중국의 지아장커(45) 감독은 신작 ‘산하고인’을 들고 왔다. 1999년부터 2025년까지 이혼녀 타오(자오 타오)의 삶을 통해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이야기한다.
"영화의 배경인 99년은 중국에겐 무척 특이한 시기였다. 경제 발전,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보급 등 생활 양식의 급격한 변화가 개인의 감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내 연출 스타일도 바뀌었다. 전에는 감정을 억누르고 객관적 시선에서 인물을 바라봤다면, 클로즈업 등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폭발시키려 했다. "

클로드 를르슈 감독

‘남과 여’(1966)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프랑스 감독 클로드 를르슈(78)가 동일한 제목의 신작(영화제에서는 ‘(신)남과 여’로 명명)으로 부산영화제를 찾았다. 인도를 배경으로 유명 작곡가 앙투안(장 뒤자르댕)이 프랑스 대사의 부인 안나(엘자 질버스테인)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관찰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 나는 진짜 삶의 모습을 좇는 저널리스트다. 인생엔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부분이 있다. 나는 늘 인생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한다. 그것이 삶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

‘비정성시’(1989) 등 대만 역사와 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려 온 허우 샤오시엔(68) 감독은 자신의 첫 무협영화 ‘자객 섭은낭’을 선보였다. 당나라 시대, 사랑하는 남자를 살해해야 하는 여성 암살자 섭은낭(서기)의 이야기다.
"영화감독이라면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내가 사는 곳에서 잘못된 점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표현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감독이라면 모두가 외면해도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글=고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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