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일본 ‘성인영상(AV)’업체 "야동도 저작물' 가처분 신청했지만…법원 '기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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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일본 ‘성인영상(AV)’업체들이 “한국 웹하드업체의 불법 공유를 막아달라”며 낸 공유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수석부장 김용대)는 일본 AV업체 16곳이 한국 웹하드업체 4곳을 상대로 “우리 작품 5000건의 불법 업로드, 다운로드를 중지시켜 달라”며 낸 가처분 사건 3건에서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일본 AV업체는 “우리 영상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이라며 “웹하드들이 회원의 저작권법 위반 행위를 방조하며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만큼 이를 중단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재판부에 자신들의 ‘작품’ 수천 건의 표지 앞뒷면을 출력해 증거로 제출했다.

지난 6월 대법원은 ‘음란 동영상도 저작권 보호대상이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음란물과 방송 드라마 등 4만여건의 동영상을 인터넷 파일 공유 사이트에 올린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1176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다. 당시 대법원은 “저작물은 인간의 정신적 노력으로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에 의해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물이어야 보호 대상이 된다”며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으면 내용의 사상 또는 감정 자체의 윤리성 여하는 문제 되지 않으므로, 설령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돼 있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같은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재판부도 일본 AV업체들의 작품이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 조건인 ‘창작적 표현방식’을 담고 있는지를 살폈다. 그러나 “제출 자료만으로 어떤 영상인지 확인되지 않아 사상 또는 감정을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는 표현방식을 통해 나타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재판부는 “음란 동영상이 저작물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현행법상 이를 배포ㆍ판매ㆍ전시하는 것은 처벌된다”며 “제작ㆍ유통 업체들이 음란 동영상을 적극적으로 유통하는 것까지 보호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작ㆍ유통 업체들은 영상의 유통을 막아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본 소송 전에 가처분을 받아들여야 하는 손해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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