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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억 이상 개도국 중 안정·발전 이룬 국가는 중국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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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호 6 면

9일 상하이 푸단대에서 만난 양광빈(楊光斌·사진) 런민(人民)대 교수는 도발적이었다.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중국의 ‘우월성’을 의심하는 질문들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논리를 폈다. 그는 현재 중국정치학회 부회장이자 공산당의 이념과 전략을 재무장하는 중앙당교 교수를 맡고 있다.


 -‘세계정치선수권대회’란 발제문 제목이 흥미롭다. “실제 근대 세계사에선 스포츠를 방불하는 세 차례 정치 경쟁이 있었다. 19세기 중엽에서 제2차 세계대전까지는 민족국가 수립 경쟁이었다. 이후 미국·소련 간 체제 경쟁에서 신생국가들은 양자택일을 강요당했다. 이제는 ‘어떤 정치체제가 올바르냐’가 아니라 ‘어떤 체제가 유능하냐’를 놓고 다투는 시대가 도래했다.”


 -중국 체제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한 듯하다. “인구 1억이 넘는 개발도상국 9개국 중에서 중국만 사회주의 민주집중제고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멕시코·나이지리아·파키스탄·필리핀·방글라데시 8개국은 서구식 대의민주제다. 안정과 발전을 동시에 이룬 국가는 중국뿐이다. 인도가 중국을 추월할 것처럼 서구에선 떠들지만, 20년 전 별 차이가 없었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현재는 4배로 벌어졌다.”


 -서구 체제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인가. “1990년을 전후해 권위주의에서 자유민주주의로 체제를 전환한 나라 중에서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을 이룩한 나라는 한국과 동유럽 몇 개국뿐이다. 우크라이나·필리핀·태국 등 대부분은 혼란과 빈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와 이집트·이란 등은 다시 권위주의 체제로 회귀한 후에 정상화됐다.”


 -한국은 왜 자유민주 체제에서 성공할 수 있었나. “한국은 정부가 강한 통치능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중국과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당일 삼성 등 한국 대기업들이 인민일보에 ‘박 대통령의 방중을 환영합니다’라는 전면 광고를 게재해 중국인을 감동시켰다. 당쟁을 일삼다 정부 기능이 마비돼 2류 국가로 전락한 대만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한국은 선거를 통해 정부를 평가하고 정치 지도자를 뽑는다. “최근 여론조사들을 보면 중국 국민의 4분의 3은 미국처럼 지나치게 개방된 제도를 원치 않는다. (사회개방도가) 중앙아시아 국가들 정도가 되면 만족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 나라들도 민주국가로 불리지 않나. 중국에는 이미 ‘협상’이라는 민주적인 정치문화가 있다.”


 -중국은 통치에 어려움이 없다는 것처럼 들린다. “물론 중국도 외국처럼 적잖은 어려움이 있다. 어느 가정이나 우환이 없는 집은 없다. 중국은 부정부패와 관료 집단의 마피아화가 가장 큰 문제다.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하게 뿌리를 뽑아내고 있다. 누가 더 어려운 처지냐보다 누가 더 유능하게 문제를 해결하느냐를 봐야 한다.”


 -중국은 집단지도체제가 장점으로 꼽혔는데 시진핑 1인 체제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 “맞다. 국가안전위원회와 영도소조들을 시 주석 관할에 두며 실질적인 주석제로 가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엔 권력 집중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후진타오 통치 기간을 뜻함) 정책결정 체제의 문제 때문에 개혁에 힘을 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저우융캉(周永康) 같은 도전자도 생긴 것이다. 이전이 비정상이고 지금이 정상이란 게 내 생각이다.”


 -국가의 발전·번영에 있어 핵심 관건을 든다면. “지도자의 의지가 사회구조의 제약을 받지 않고 실현될 수 있도록 잘 정비된 정치 구조와 법 제도, 사회 제도가 가장 먼저 필요하다.”


상하이=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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