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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골목상권의 희망 ‘나들가게’ 더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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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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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편의점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7년 만에 1만5594개나 늘어났다. 편의점의 증가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골목상권으로 대표되는 동네슈퍼는 상당히 위축됐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동안 소규모 동네슈퍼(165㎡미만)는 9만6922개에서 7만2391개로 2만4531개가 줄어들었다.

 2000년대 후반 SSM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2010년부터 동네슈퍼 살리기 정책의 하나로 동네슈퍼 대표 브랜드인 ‘나들가게’를 3년에 걸쳐 약 1만개 육성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동네슈퍼가 높은 시설비와 가맹비를 들여 편의점으로 전환하기보다는 동네슈퍼 스스로 브랜드를 갖고 환경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취지였다. 덕분에 동네슈퍼의 쇼핑환경과 서비스의 수준이 일정수준 향상됐다. 이런 노력 덕에 소비자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부족하나마 동네슈퍼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건강해지고 있는 토대 위에 보다 안정적인 영업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동네슈퍼 스스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9월 열흘간 진행된 ‘우리동네 슈퍼! 나들가게 공동세일전’이 동네슈퍼를 도약시키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행사의 가장 고무적인 점은 나들가게 점주로 구성된 ‘전국나들가게협의회’에서 자생적 협업모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아이디어를 정부에 먼저 제시했다는 점이다. 결과 또한 훌륭하다. 열흘간 행사에 참여한 나들가게와 동네슈퍼 중 판매정보관리시스템(POS)기록이 확인된 331개 점포를 분석한 결과 점포당 매출이 하루평균 45만원 증가했고, 고객도 매일 52명이나 늘었다고 한다. 행사기간 매출과 고객이 늘어난 것도 기쁘지만, 솔직히 조금 우려했던 매출상승이 ‘반짝’ 효과가 아니라는 점이 더 다행스럽다. 행사가 끝났음에도 작년보다 매출이 52만원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세일전의 좋을 결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지속가능한 나들가게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에 깊고 튼튼한 뿌리를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나들가게를 포함한 동네슈퍼의 한정된 영업범위를 고려할 때 지역고객을 기반으로 태어나고 지역경제와 공존하며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정부는 6개 지자체를 ‘나들가게 육성 선도지역’으로 선정하고, 지역특화형 나들가게를 육성한다고 밝혔다. 나들가게 정책이 정부중심에서 지자체가 주관하는 지역특화형으로 전환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지자체의 관심과 노력으로 지역특색이 반영된 대표 동네슈퍼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고, 공동세일과 같이 동네슈퍼 점주가 협업에 적극 참여한다면, 이는 골목상권과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나들가게’가 명품 브랜드로 우뚝 설 날을 기대해본다.

남윤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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