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서 6시간이면 세 대륙 55개국 가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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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에 취항한 항공사가 어디일까요?”

세계 항공 허브 노리는 코틸 CEO
급성장하는 아프리카 집중 공략
경영 최우선 순위는 고객 서비스

 터키항공의 테멜 코틸(사진) 최고경영자(CEO)가 물었다. 자신 있게 물은 걸 보면 정답은 터키항공이다. 취항지 기준 세계 1위 항공사는 375개 도시를 커버하는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다. 그런데 국내선이 235개이고 국제선은 120개에 불과하다. 항공기를 세계에서 가장 많은 945대 보유한 아메리칸항공도 344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지만 국제선은 107개뿐이다. 이와 달리 280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는 터키항공은 국제선이 230개다. 2005년 코틸이 CEO에 취임한 이후 국제선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결과다. 특히 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했다. 2002년 4개뿐이던 아프리카 취항도시는 현재 44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아시아도 15개에서 31개로, 중동은 11개에서 23개 증가했다. 코틸은 “터키는 역사적으로도 서양과 동양이 만나는 가교 역할을 했지만 항공산업에서도 동서양의 중심에 있다”며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국제선에 승부를 걸었다”고 말했다. 코틸 CEO를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 본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세계적 불경기인데 국제선에만 승부를 거나.

 “터키항공이 국제선을 공격적으로 늘릴 수 있었던 건 비약적으로 늘어난 국내선 승객 덕분이었다. 2005년 700만명이었던 국내선 승객이 올해 2590만명으로 3.7배가 될 전망이다. 2003년 이후 터키 경제가 살아나 중산층이 두터워진 데다 터키정부도 2003년 26개였던 국내 공항을 55개로 늘려 국내선 항공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를 발판으로 국제선도 공격적으로 늘렸다. 2005년 이후 10년 동안 국제선 승객수는 700만명에서 3580만명으로 5.1배 이상이 됐다. 국제선 승객수는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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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항공이 국제선에 경쟁력 있는 이유는.

 “1970년대 이후 2000년대까지 항공의 거점은 북미와 유럽을 잇는 대서양이었다. 지금도 가장 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그러나 성장은 정체돼있다. 이와 달리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항공수요는 두 자릿수로 늘고 있다. 2030년이 되면 항공의 거점이 동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터키는 그 중심에 있다. 여객기 운항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는 운항시간은 6시간대다. 이스탄불에서 6시간대에 닿을 수 있는 국가는 유럽·아시아·아프리카에 55개국이나 된다. 이스탄불이 2030년엔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잇는 항공 허브가 될 거란 얘기다. 터키 정부도 현재 2개인 이스탄불의 국제공항을 3개로 확충할 계획이다. 온라인 비자서비스도 해외관광객을 늘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 아프리카 취항을 빠르게 늘렸는데.

 “현재 아프리카에 가장 많은 국제선을 운항하고 있는 게 터키항공이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산층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중산층 증가는 항공수요로 이어진다. 터키 정부도 아프리카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가 민영항공사론 처음 소말리아 모가디슈에 취항할 수 있었던 것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당시 총리가 소말리아와 국교 수립 협상을 하면서 일괄 타결을 해준 덕분이었다. 앞으로 아프리카로 가기 위해선 이스탄불을 거쳐야 할 것이다.”

 - 경영의 최우선 순위는 뭔가.

 “고객이다. 터키항공의 이코노미 좌석 간격은 다른 항공사보다 넓고 기내식도 수준이 높다. 기내식의 질을 떨어뜨리면 고객이 음식을 사온다. 그만큼 무게가 더 나가 우리도 손해이고 고객도 불만이다. 다른 비용은 깎아도 고객서비스는 줄인 적이 없다. 장거리 비행을 할 때 꼭 화장실을 비교해보라. 얼마나 청결한가 보면 서비스의 질을 판단할 수 있을 거다.”

이스탄불=정경민 기자 jkmoo@joongang.co.kr

◆테멜 코틸 CEO=1959년생으로 이스탄불공대 항공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항공학 박사를 받은 뒤 이스탄불대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2003년 터키항공 계열사인 터키테크닉에 합류한 뒤 2004년 터키항공을 민영화하면서 2005년 CEO에 발탁됐다. 이후 10년 동안 터키항공의 비약적 성장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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