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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 ~ 여의도 23분 … ‘따릉이’ 버스보다 빨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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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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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오홍석씨(오른쪽)가 마포대교에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여의도로 출근하고 있다. 왼쪽은 본지 장혁진 기자.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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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전 7시 서울 대흥역 인근에 있는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 직장인 오홍석(29)씨가 자전거에 붙은 단말기에 비밀번호 네 자리를 입력했다. 그가 10분 전 집을 나서며 스마트폰 앱으로 예약해둔 자전거였다. “안전운전 하십시오”란 알림 메시지와 함께 잠금 장치가 해제됐다. 헬멧을 쓴 뒤 가방을 바구니에 실은 오씨가 힘차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직장인과 함께 시승해 보니
스마트폰 앱으로 집에서 예약
교통체증 심한 출근시간 씽씽
후미등 없어 새벽·밤길엔 위험
자전거 우선도로 홍보 뒤따라야

 따릉이는 서울시내 곳곳에 설치된 대여소에서 1000원(기본 1시간·24시간 내 연장 가능)의 이용요금으로 자전거를 빌려주는 서비스다. 신촌·여의도 등 67곳에 자전거 545대가 배치돼 지난달 19일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본지 기자가 여의도로 출근하는 오씨와 함께 따릉이 시승에 나섰다.

 대흥역에서 출발해 여의도역 1번 출구에 있는 따릉이 대여소까지 이동하는 코스(4.84㎞)였다. 오씨가 대흥동 경의선 숲길공원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에서 속력을 냈다. 마포대교에 이르자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탁 트인 한강이 시야를 채웠다.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23분. 자전거를 반납하자 스마트폰 앱으로 소모된 칼로리를 확인할 수 있다. 오씨는 “교통 체증이 심할 때는 따릉이로 버스보다 빨리 출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자전거 전조등 밝기가 약하고 후미등이 없어 이른 새벽이나 밤에 타기엔 조금 위험해 보였다. 또 회원 가입부터 이용권 구매까지 절차가 복잡해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용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서울의 도로 사정도 문제였다. 자전거가 차도로 나서자 뒤에서 경적을 울려대는 자동차들에 쫓기는 느낌이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자전거 운행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자전거 우선도로’는 아직까지 안내표지판이 적고 홍보도 부족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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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취약점을 해결하는 게 ‘따릉이’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010년에도 여의도·상암에서 공공자전거 440대를 도입한 적이 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전량 철거됐다. 무거운 무게(23㎏)와 한 대당 636만원이란 비싼 설치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도로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서울시가 시행착오를 겪는 사이 다른 지자체에선 성과를 거뒀다. 배치대수를 5300여 대까지 늘린 경남 창원시의 공공자전거(누비자)가 대표적이다. 경기 고양시(피프틴)와 대전광역시(타슈)의 공공자전거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경환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해당 도시들은 지형이 비교적 평탄하고 자전거 도로 조성에 알맞은 계획도시란 공통점이 있다”며 “서울의 경우 따릉이와 버스·지하철 연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 530여 개 도시에서 공공자전거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벨리브(Velib)는 배치 대수가 2만4000여 대, 미국 뉴욕의 시티바이크(Citibike)는 6000여 대에 이른다.

 따릉이의 정식 서비스는 오는 15일 개시된다. 1개월(5000원)과 1년(3만원) 등 기간제 회원 서비스를 시행하고 연말까지 4대문과 상암·성수 등을 중심으로 운영 대수를 200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방일 서울시 보행자전거과장은 “따릉이 이용자에게 대중교통 환승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2020년까지 2만 대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글=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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