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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코빈 노동당 당수, "여왕 앞에 무릎 못꿇는다"

중앙일보

입력

 
공화주의자인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앞에서 무릎을 굽히고 충성 선서를 할까.

당초 8일(현지시간) 이면 답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열리는 추밀원(Privy Council) 참석 대상에 코빈 당수도 포함돼서다. 추밀원은 수백 년간 영국 군주에게 정치적 자문을 하는 고위 정치인들의 모임이다.

코빈 당수는 이 모임에 참석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새 멤버가 하게 돼 있는 전통적인 취임 절차를 따를지에 대해선 가타부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군주에 대한 충실한 종복’임을 선언하고 여왕 앞에서 무릎을 굽히고 손에 키스해야 하는 것 말이다.

코빈 당수의 이날 추밀원 참석이 주목받았던 이유다. 그는 그러나 이날 “선약”을 이유로 이 행사에 불참한다고 통보했다. 선약이 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자 코빈 당수의 거부한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한 추밀원 위원은 “선서는 코빈의 무릎을 굽히려는 것이 아니다”며 “이러한 거부는 코빈이 아직 자신이 신뢰받을 수 있는 지도자의 위치에 오를 준비가 안 됐음을 보여준다”(데일리 텔레그래프)고 주장했다.

코빈 당수 측은 그러나 “코빈 당수가 추밀원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에 사과했고 여왕을 무시하거나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초대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도 했다. 앞으론 참석하겠다고 열어둔 게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2006년 야당이던 보수당 당수로 선출된 지 3개월 후 취임 선서를 했었다. 추밀원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열린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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