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산 기계·차부품 관세 철폐 … 한국 수출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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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타결은 한국 기업에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한국이 세계 1, 2위 경제국인 미국·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쌓아온 비교우위가 단숨에 희석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자동차(완성차)와 전기·전자는 큰 영향이 없지만 기계와 자동차부품 업종 등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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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계와 증권업계에서는 6일 일본이나 베트남과의 수출 경쟁이 심하고 국내 생산 비중이 큰 업종일수록 TPP의 피해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경쟁국의 수출품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으면 경쟁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낮아진다. 이 때문에 국내 생산 및 해외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일본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부품 업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TPP 타결로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 부품의 최대 82%에 대해 2.5%의 수입 관세를 폐지하기로 했다.

TPP 타결, 국내 기업 영향은
섬유는 베트남과 경쟁 치열해져
베트남 공장 있는 기업들은 호재
자동차·전기·전자 업종은
한·미 FTA 효과로 영향 작을 듯

 일본과의 경쟁이 치열한 기계업종도 대표적 피해 예상 업종으로 꼽혔다. KOTRA는 “ 미국 제조업 회복세로 기계업종의 수출 전망이 밝지만 일본과 가격경쟁이 격화하면 효과가 반감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산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 한국산 제품의 수출이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섬유 업종은 이 분야 최대 수출국인 베트남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베트남 현지에 진출해 제품을 만들고 있는 한국 기업에는 TPP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베트남 기업과 동등하게 무관세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세실업은 베트남 생산 비중이 60%에 달하고 영원무역·태평양물산도 상당 물량을 베트남에서 생산 중”이라며 “이들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은 전반적으로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제트유 등 관세 인하 혜택이 큰 일부 제품에서는 고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완성차) 업종은 일본 차의 가격경쟁력 강화에도 불구하고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공급량 중 현지생산 비중이 각각 53%와 47%에 달한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이 내년 가동되면 비중은 60%로 높아지기 때문에 TPP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생산물량도 한·미 FTA 일정에 따라 내년부터 미국에 수출되는 완성차의 관세가 철폐된다.

 전기·전자 업종도 비슷하다. 한국은 TPP 12개 회원국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이미 FTA를 체결했거나 FTA 협상이 타결됐다. 스마트폰이나 반도체 등 핵심 정보통신 관련 제품은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관세를 부과받지 않고 있다. 철강도 일본과의 경쟁이 치열한 품목이 적기 때문에 TPP의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계는 한국도 서둘러 TPP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TPP 관련 시장은 한국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3553억 달러·지난해 기준)에 달한다”며 “TPP에 참여하면 수출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진석·이수기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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