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SK로 여는 2015 가을 야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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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열리는 넥센과 SK의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넥센 박병호와 SK 정의윤(이상 29)의 4번타자 대결로 압축된다. 10년 전 함께 LG에서 꿈을 키웠던 친구이자 라이벌인 둘은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서울 목동구장에서 만난다.

6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박병호는 "2005년 입단 동기인 의윤이와 친하게 지냈는데 가을야구에서 4번타자 맞대결을 하게 됐다. 둘 다 잘하고 승리는 우리 팀이 가져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정의윤은 "잠깐 잘한 나와 한국 최고의 타자인 박병호를 비교한다는 자체가 우습다. (박병호를 의식하지 않고) 팀이 이기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양팀 감독도 두 선수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김용희(60) SK 감독은 "정의윤이 가세한 후 타선의 균형감이 좋아졌다. 그의 장타력과 타점 능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염경엽(47) 넥센 감독은 "박병호가 잘해주면 경기가 쉽게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둘은 LG의 미래였다. 드넓은 잠실구장에서도 홈런을 펑펑 칠 수 있는 파워를 갖췄지만 유망주의 껍질을 오랫동안 깨지 못했다. 2011년 7월 박병호가 먼저 LG를 떠나 넥센으로 이적했다. "삼진 먹어도 좋으니 네 맘대로 해 봐라"며 기를 세워준 김시진 전 감독 덕분에 박병호는 자신감을 가졌다. 2012년 이후 박병호는 3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올해는 53홈런을 날리며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홈런왕 4연패에 성공했다.

박병호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정의윤도 LG에서 절치부심했다. 그러나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지난 7월 25일 SK로 이적했다. SK 유니폼을 입자 정의윤은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이적 후 59경기에서 14홈런·44타점에 장타율 0.617을 기록했다. 특히 9월 한 달 동안 정의윤은 타율 0.422, 9홈런·23타점을 기록하며 월간 최우수선수에도 뽑혔다. 한때 8위까지 떨어졌던 SK는 정의윤 덕분에 5위 경쟁에서 승리했다.

정의윤이 지난 9월을 지배했다면 박병호는 2015년을 전체를 강타했다. 박병호는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때렸고,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146개)을 세웠다. 그는 "포스트시즌에서는 전광판에 기록(정규시즌 성적)이 다 지워지지 않나. 새로운 마음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올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따라서 둘의 가을야구 맞대결은 한 번으로 끝날 수도 있다. 4위 넥센이 먼저 1승을 안고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넥센이 1차전을 이기면 곧바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SK는 7·8일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다. 김 감독은 "어렵게 와일드카드를 잡았다. 정규시즌에서 부진했지만 시즌 막판 좋은 경기를 펼쳤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염 감독은 "(4위로 떨어져) 어려운 상황이지만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넥센은 외국인 투수 밴헤켄을, SK는 좌완 에이스 김광현을 1차전 선발 투수로 정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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