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창조혁신센터는 문·이과 협업의 전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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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창업가가 예술가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예술가는 외로울수록 성공할 수 있지만 창업가는 외로울수록 성공할 수 없다. 예술이 개인의 창작이라면 기업은 협동의 창작이다. 화가는 물감과 캔버스를 사서 작품을 완성해 최종 판매까지 혼자 할 수 있다. 하지만 창업가는 다르다. 기업을 만들어 운영하는 활동은 결코 혼자 할 수 없다. 기업은 연구개발, 생산, 판매 등 일련의 복잡한 과정이 통합되어 굴러간다. 여러 사람이 모여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해 제품을 탄생시키는 협동조직이 바로 ‘기업’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벤처 창업가의 70% 이상이 이공계 출신이라고 한다. 실제 출범 1주년이 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젊은 창업자들도 대부분 이공계 전공자가 많다. 이공계 출신 청년들은 요즘 같은 첨단 스마트 시대에 필요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실용적인 역량을 갖췄다. 이들은 연구개발, 디자인, 설계분야에 장점이 있다. 반면 판매, 재무, 법무, 조직관리, 해외진출 등에 필요한 경험과 능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수 조원의 가치가 있는 기술과 상품을 개발하고도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망하는 사례가 흔하다. 기업이 협동조직체라는 것을 간과한 채 개인 혼자 무리하다 꽃도 피기 전에 시들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과연 이공계만 그럴까? 인문계, 상경계, 예체능계 출신들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경우가 많다. 실제 창업의 길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머릿속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기술개발과 시제품 제작 등이 필요하다. 문제는 문과 출신들이 이런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발한 생각만 가슴에 품은 채 창업은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외국은 ‘협업’을 한다. 기술과 생산능력이 있는 이과 출신 청년들은 기획과 경영능력이 있는 문과 출신들과 의기투합해 창업을 한다. 서로 모자란 부분을 메워가며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라는 위대한 아이디어 맨 옆에는 컴퓨터 엔지니어인 스티브 위즈니악이라는 공동 창업자가 있었다. 컴퓨터 공학 전공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사이트를 개발했다면, 이를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은 경영학 전공자인 셰릴 샌드버그였다. 이렇듯 외국은 이과와 문과가 힘을 모아 성공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무슨 일인지 협업으로 성공한 사례가 흔하지 않다. 그렇다고 협업 문화가 스스로 조성될 때를 언제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창조경제혁신센터’다. 센터는 우리 젊은 창업가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업 파트너다. 위대한 아이디어, 새로운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것이 기본 컨셉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는 있는데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는 문과 출신 창업가와 매력적인 제품은 있는데 어디다, 어떻게 팔아야 할지 모르는 이과 출신 창업가에게 노하우를 알려주고 지원한다. 창업가들이 반짝이는 구슬을 가져오면 줄에 꿰어 아름답고 빛나는 보배로 함께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업가와 함께하는 협업의 전당, 동업의 전당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정문 앞 비석에는 ‘창조, 협동, 번영’이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새겨져있다. 매일 출퇴근할 때마다 이 글귀를 보면서, 비석의 메시지가 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큰 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아닌가 생각이 들곤 한다. 창조 홀로는 번영할 수 없다. 반드시 협동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조·협동·번영’ 센터다.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센터에 모여 서로 ‘협동’을 통해 ‘번영’이라는 최종의 꿈을 이루는 곳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꿈을 가진 많은 사람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협조자로서 망망대해를 지나 번영이라는 최종 목적지로 함께 떠날 준비도 돼 있다. 흔히 남과 같이 사업을 하면 사람도 잃고 돈도 잃는다고 하는데, 이제는 ‘사람도 얻고, 돈도 벌 수 있도록’ 해보자. 문은 열려있다. 언제든 자유롭게 협업의 문을 두드려주길.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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