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수익 돌려준다" 노인·주부 등 3만명 속여 720억 챙긴 일당 검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민 경제 살리기’ 등의 구호를 앞세워 노인 등에게 접근,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받아 챙긴 미용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가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3월부터 9월 말까지 노인과 주부 등을 상대로 투자 사기를 벌여 피해자 3만여명으로부터 72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주)퍼플라인 회장 이모(47)씨를 구속하고 대표 황모(51ㆍ여)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전국에 72개의 지점을 차려 놓고 전국을 돌며 투자설명회를 열어 노인과 주부 등을 모았다. 이들은 “한 구좌당 7만원을 투자하면 매주 8000원의 배당금을 평생 지급하겠다”며 투자를 권유했고 “미용 프랜차이즈, 명품쇼핑몰, 마트, 치과 등을 운영해 창출되는 수익으로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씨 등은 후순위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받아 선순위 투자자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돌려막기’ 형태로 투자자를 계속 모집해 왔다. 그러나 지급해야할 배당금은 늘어나는데 투자자는 계속 줄어들었고, 이들이 운영하는 쇼핑몰 등도 월 매출이 1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적자 운영을 해왔다고 한다. 이에 이씨는 모 방송사가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중소기업박람회를 자신들이 주관해 217억원의 순수익이 생길수 있다며 거짓 광고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줄이기, 불우이웃 돕기, 서민경제 살리기 등을 표방하면서 투자금을 유치했고,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9월에 기초생활수급자 5000명에게 50만원씩을 지원할 예정이었지만 경찰의 압수수색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시기에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었다고 한다.

또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건강기능식품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3만 5000원짜리 건강기능식품을 투자자들에게 105만원에 판매하며 부당이득을 챙겼고, 이 돈으로 고급 외제차인 벤틀리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 생활을 누렸다고 한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에게 받은 720억원 중 388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고, 11억원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 등이 모 지상파 방송의 경제프로그램에 출연해 회사를 부각시키면서 투자자들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전형적인 서민생활 침해 사건인 만큼 이들이 편취한 나머지 돈의 행방을 추적하고, 관련 범죄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