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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버려진 아기…미주 한인들이 품는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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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에 아기가 놓이면 '딩동'하고 울린다. 그 차임벨 소리는 밤낮없이 울었다. 새벽에도 대낮에도 한밤중에도 아기들은 박스에 버려졌다. 엄마, 아빠를 찾는 서러운 아기 울음이 그 박스 안에서 끊이질 않았다.

아기를 버린 부모들의 변명은 아기와 옆에 놓인 배냇저고리나, 손수건이나, 메모지나, 휴지에 눈물 자욱으로 찍혀있다. '도저히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아…', '혼자 감당할 수 없어서', '왜 하필 나 같은 엄마를 만나서….'

'키울 형편이 안되는' 대부분의 이유는 장애 때문이다. 뇌갈림증, 무뇌아, 다운증후군, 척추기형, 무항문 등 딱한 아기들만 가득하다.

본지가 보도한 한국 최초의 영아 의탁 바구니 '베이비박스(Baby Box)'본지 2011년 10월19일 A-30면>의 아픈 사연이다. 가로 70㎝, 높이 60㎝, 깊이 45㎝의 베이비 박스는 서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의 이종락 목사가 만들었다. 아기를 길에 내버리지 말고 두고 가면 관련 기관에 의탁해주겠다는 선한 의도에서다.

대개 불편한 진실은 논란을 부른다. 정부기관과 일부 단체들은 이 박스가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고 철거를 압박했다. 비난만 무성했고, 지원은 없었다. 그 사이 베이비박스에서는 750명의 생명이 애타게 울었다. 그 많은 아기의 양육비는 오로지 이 목사와 기부자들에게 돌아갔다.

본지를 통해 그 사연이 소개된 지 6년 만에 미주 한인들이 베이비박스의 아기들을 안아주겠다고 나섰다. '한국입양홍보회(MPAK.회장 최석춘.사진)'는 10월 22일 '베이비박스를 위한 후원의 밤'을 개최한다.

MPAK(앰팩)은 한국의 고아들을 공개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 한인 가정들의 모임이다. 앰팩과 베이비박스의 인연은 본지에 소개된 다큐멘터리 감독 브라이언 아이비가 주선했다. 아이비 감독은 USC 재학중이던 2011년 한국으로 날아가 베이비박스의 아픈 사연을 '드롭 박스'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해 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최석춘 회장도 한국에서 백인가정에 입양됐다. 그는 다리가 불편하다. 양부모 덕분에 미국에서 공부해 국방부 산하 미우주항공연구소 수석 엔지니어로 25년째 근무중이다. 그는 "양부모가 아니었다면 난 아마 지금의 내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베이비박스의 아기들에게도 나처럼 최소한의 나은 삶에 대한 기회를 줘야한다"고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행사의 또 다른 목적은 한국의 입양 특례법 개정 촉구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는 개설 후 2년간 2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1년 입양 특례법이 만들어진 후부터 급증했다. 지난 4년간 버려진 아기가 95%다.

후원금 목표액은 10만 달러(1억원)다. 티켓 값은 150달러다. 수익은 전액 베이비박스로 전달된다. 버려진 아이들의 우유, 기저귀, 약값으로 쓰인다.

행사는 이날 오후 6시부터 할리우드의 태글리안 컬처럴 센터(1201 Vine St. LA, CA 90038)에서 시작된다. 이 목사, 아이비 감독도 참석한다.

▶문의:(562)505-0695 최석춘 회장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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