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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 빌딩에 線 없는 點 1억 개 … 세상을 연결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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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호 21면


2010년 5월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KT와 KTF의 합병 1주년 행사가 열렸다.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생일 축가를 연주한 직원들은 행사 참석자들에게 파이 하나씩을 나눠줬다. 빨간색 식용색소로 ‘와이파이(Wi-Fi)’라는 글씨를 써넣은 과자였다. KT 관계자는 “집 전화 매출이 줄며 위기를 맞았던 KT가 아이폰과 와이파이 덕분에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며 자축했다.


한국 스마트폰 시장의 역사를 설명할 때 아이폰과 와이파이는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소재다. 2007년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92%, 휴대폰 보급률 90%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모바일 강국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률 만큼은 0.7%로 세계 수준과 거리가 멀었다. 2009년 11월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까지 한국엔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휴대폰이 거의 없었다. 이동통신사들이 무선인터넷 수익을 위해 와이파이 기능이 없는 제품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외산 스마트폰은 대부분 와이파이가 가능했지만 우리나라엔 들어오지 않았다.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 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를 탑재하지 않으면 국내 출시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외국 제조사들은 한국 진출을 포기했다.


처음엔 요금 부담에 스마트폰 활용 못 해이용자들의 불만은 커졌다. 비싼 요금이 부담스러워 스마트폰을 사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음악 한 번 들었다가, 게임 한 번 접속했다가 수십만원짜리 요금고지서를 받았다는 사례가 속출했다. 위피가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다는 반발이 거세지자 방송통신위원회는 2009년 4월 위피 탑재 의무화를 해제했다.


당시 업계 1위 SK텔레콤은 삼성전자의 T옴니아를 출시하며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선두를 유지했다. 업계 2위였던 KT는 국내 최초로 애플의 아이폰을 들여오며 승부수를 던졌다. 아이폰 흥행을 뒷받침한 게 와이파이였다. KT는 2002년부터 ‘네스팟’이라는 무선랜 서비스를 하며 와이파이 망(網)을 구축한 상태였다. 아이폰과 와이파이의 시너지 효과는 엄청났다. 아이폰 가입자는 6개월만에 73만 명으로 늘었고 국내 스마트폰 시장규모도 급증했다.


와이파이는 선 없이 컴퓨터 네트워크를 연결하려는 개발자들의 도전에서 비롯됐다. 인터넷 접속을 하려해도 선이 문제였다. 이동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1990년 9월 미국에 본부를 둔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는 케이블을 없앤 무선랜(LAN) 기술의 표준을 개발하자고 결의했다.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97년 ‘IEEE 802.11’이라는 규격이 탄생했다. 이 기술은 일반인들에게 와이파이(Wi-Fi, Wireless Fidelity)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알려졌다.


처음 와이파이가 개발됐을 땐 데이터 전송 속도가 1초에 2Mb 수준에 그쳤다. 텍스트 하나를 보내는데도 1분 가까이 걸렸다. 99년엔 초당 11Mb, 2009년엔 초당 600Mb까지 속도가 빨라졌고 최근엔 1초당 7Gb까지 데이터 전송량이 늘었다.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무선공유기(AP, Access Point)를 통한 접속이다. AP에 인터넷 케이블을 연결하면 주변에 있는 노트북, 스마트폰 등에서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다. AP에서 멀어질수록 통신속도는 느려지고 범위를 완전히 벗어나면 접속이 끊긴다. 보통 가정용 AP는 반경 20~30m 이내, 기업용 AP는 100~200m 이내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3G, 4G 등 셀룰러 데이터와 비교해 이동성은 떨어지지만 데이터 처리 속도는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전세계 9853만 지역서 서비스오랫동안 영화에나 등장했던 상상이 현실화된 것은 바로 와이파이 기술 덕분이다. ‘오전 7시, 잠에서 깨 스마트폰 알람을 끄자 방과 거실에 불이 모두 켜진다. 스마트플러그엔 전원이 들어오고 토스터기와 커피머신이 자동으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출근길에 나서자 이번엔 집 앞 500m 부근에서 외출 여부를 묻는 메시지가 뜬다. 외출 모드를 선택하면 집 안 스마트플러그 전원이 모두 꺼지고 로봇청소기가 알아서 청소를 시작한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시작한 스마트홈(Smart Home) 서비스의 모습이다.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과 와이파이 AP, 그리고 와이파이를 인식하는 스마트기기만 있으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구글이 뉴질랜드에서 실험한 와이파이 풍선.

이제 와이파이는 전 세계를 커버하는 무선 인터넷망으로 발전하고 있다. 2013년 6월, 구글은 뉴질랜드 테카포 호수 위로 지름 15m 크기의 거대한 헬륨 풍선 하나를 올려보냈다. 원격 제어 컴퓨터와 와이파이 기기를 싣고 20km 상공까지 올라간 풍선은 호수 인근 주민들에게 15분간 무선 인터넷을 제공했다. 전 세계에 와이파이망을 구축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 룬’의 첫 번째 테스트가 성공한 것이다.


현재 지구촌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인구는 30억 명선. 아직 전 세계 42억 명이 인터넷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구글의 목표는 인터넷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세계 오지에 무료로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내년 3월엔 스리랑카 정부와 손잡고 13개의 와이파이 풍선을 띄우기로 했다. 각각의 풍선들은 반경 20km에 통신 신호를 전달하며 스리랑카 전역에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와이파이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미국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재작년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네트워크 시장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그의 말은 벌써 현실이 되고 있다. 글로벌 와이파이망 제공업체 아이패스(iPass)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9853만 개 지점에 와이파이가 설치됐으며 2018년엔 3억4085만 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초 월스트리트저널의 라이언 넛슨 기자는 이동통신 서비스 없이 무료 와이파이만으로 생활하는 실험에 도전해 성공하기도 했다. 와이파이에 접속해 e메일을 보내고 메신저와 인터넷 전화로 지인과 연락하며 라이언은 한 달간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나의 AP에 여러 기기가 동시에 접속하는 와이파이의 특성 때문에 몇 가지 불안요소도 존재한다. 특히 하나의 AP에 같이 접속한 기기끼리 개인 정보 유출이나 해킹이 시도될 수 있다. 개인용으로 설치한 무선 공유기에 다른 사용자들이 무단으로 접속해 통신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공용 와이파이를 이용할 때는 되도록 방화벽이나 바이러스 백신 같은 보안 대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 개인용 공유기는 반드시 접속 비밀번호를 설정해 타인이 접속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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