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진 북한 고구려고분 세계문화유산 지정

중앙일보

입력

오는 30일 열리는 제 2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북한 고구려 고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세계문화유산 등재시 주로 참조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북한 고구려 고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최종 지정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ICOMOS는 지난해 7월 조사단을 파견해 북한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한 평양.평안남도.남포.황해남도 일대 고구려 고분 30기를 현장 조사했다.

조사단이 제출한 보고서는 ▶북한이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고분 몇기를 공개하지 않아 2차 평가 조사가 필요하고, ▶물에 잠긴 고분이 있으며, ▶일부는 원형이 훼손됐다고 밝히며 등재 심의를 미루라고 권고하고 있다.

고구려 고분을 현장 조사한 전문가들은 몇몇 고분의 벽화가 훼손돼 있으며 일부는 주기적으로 침수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유지나 보존 상태가 양호한 것들도 상당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은 종래의 보존방식에 문제가 있으며 장단기 보존 및 연구에 대한 프로그램이 없는 실정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실제 북한의 고분은 관리 면에서 모니터링과 보호장치.조명 방식 등에 결점이 있으며 경보 체제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 지역에 위치한 두 기의 고분에는 완충 지대가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 그 중 한 기는 물에 잠겨 훼손이 진행된 상태다.

조사단은 특히 동명왕릉 및 진파리 고분의 묘석과 덕흥리 고분 입구가 과학적 근거에 기초하지 않은 채 새로 축조되었다는 점을 들어 고분군이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은 세계문화유산으로 고구려 고분 등재를 신청해 놓고, ICOMOS가 조사하겠다고 하자 일부 고분에 대해서는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ICOMOS는 이에 대해 2차 조사단이 파견되어야 한다며 확인하지 않은 고분에 대해서는 등재를 권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북한이 ICOMOS 권고에 맞춰 시설을 보완하고 문제가 되는 고분은 일부 빼고 신청한다면 2005년 28차 총회에서는 세계문화유산 지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세계문화유산이 7백30곳에 이르자 유네스코는 총회에서 새로 등재시키는 세계문화유산은 한번에 30개로 제한하되 기존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지 않은 나라를 최우선 순위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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