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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북한의 핵·미사일 정당화 절대 용납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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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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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는 한·러 관계에 대해 “양국 우호관계 건설에 방해가 되는 역사·정치적 문제는 없다. 한반도 핵문제 해결은 양국 협력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알렉산드르 티모닌(63) 주한 러시아 대사는 23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해 “북한도 주권 국가로서 평화적인 우주 개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권리를 행사하려면 우선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체제 복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준수 등 전제조건부터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평양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정당화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 인터뷰
북, 우주 개발 권리 행사하려면 IAEA 복귀, 안보리 결의 지켜야
한반도 내 미국 사드 배치 땐 러시아 안보 위해 대응 불가피
남북 모두 부지런하고 가족 존중…아리랑은 서울·평양 똑같이 불러

 한·러 수교 25주년 기념일(9월 30일)을 앞두고 정동 대사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한 그는 “양국 수교는 냉전 종결의 상징이었다”며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아주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티모닌 대사는 25년 동안 한반도 관련 업무를 했다. 올 1월 서울 부임 직전까지는 평양에서 주북한 대사를 지냈다. 2005년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 복귀 등을 약속했던 9·19 성명 도출 당시 러시아 측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였다. 다음은 문답.

 - 10월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계기로 한 도발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예단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러시아는 인공위성을 운반하는 미사일 준비, 영변 핵시설 가동 등 북한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 며칠 전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도 유엔 안보리 결의가 금지한 활동을 평양이 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 9·19 공동성명이 나온 지 10년이 됐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NPT와 IAEA 체제에 복귀할 의무가 있다는 점, 미국이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준비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6자회담은 당사자들이 모여 북핵 등 의제를 논의할 가장 적절한 구조다.”

 -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 북부 국가들의 혼란을 보며, 북한은 대량살상무기(WMD) 보유를 통해서만 자국의 주권과 독립을 보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런 원인을 없애려면 역내에서 군사적 긴장과 대결 구도를 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다자적 구도를 도모하고 있다.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남·북·러 3자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남북 협력의 기초를 마련함으로써 지역 안정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는 북한의 주장을 어떻게 보는가.

 “러시아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보지 않는다. 이 입장을 공식 표명해 왔다.”

 - 한반도 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어떤가.

 “미국·한국·일본의 통합된 미사일 방어 능력은 북한의 잠재적 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할 수준을 훨씬 초과한다. 미국이 동북아에 새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동북아 정세를 한층 더 복잡하게 할 것이다.”

 - 21일 방한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등과는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가.

 “양측은 핵 문제 해결 방법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데 공감했다. 파트루셰프 서기는 특히 한반도 내 사드 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 경우) 러시아는 자국 안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대응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 지난 25년 동안 한·러 관계가 얼마나 발전했다고 보나.

 “백지 상태에서 시작해 인상적인 성공을 거뒀다. 양국 정상이 공식적으로 27번이나 만났고, 교역량은 26억 달러에 이르렀다. 50개 이상의 양자 문서가 체결됐다. 양국의 협력은 주요한 국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국제 정치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 이달 초 중국 전승절 행사 때 천안문 성루 위에서 한·러·중 정상이 나란히 섰는데.

 “러시아 국민도 사진과 방송 등을 통해 3국 정상이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주목했다. 우리 국민은 박 대통령을 크게 존중하며, 양국 정상 간 따뜻한 관계에 흡족해하고 있다.”

 - 앞으로 한·러 관계의 발전 가능성은.

 “아직도 잠재력이 많다. 특히 러시아 극동 지역 개발은 전망이 밝은 분야다. 러시아는 극동 시베리아 지역에서 ‘선도개발구역’을 집중 육성하려 한다. 외국의 투자 유치에 좋은 환경을 만들려고 하는데, 한국의 적극적 참여를 기대한다. 향후 50년 동안 양국 무역량을 몇 배 성장시킬 수 있을 거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 횡단철도(TKR)의 연결 등 남·북·러 3각 프로젝트, 북극항로 관련 협력 등을 중시하고 있다.”

 - 한국과 북한 두 곳 모두에서 근무했는데.

 “정치·사회·경제적으론 다르지만 남북한 사람들은 모두 부지런하고,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며, 애국심이 강하다. 음악과 미술에 대한 재능이 뛰어난 것도 공통점이다. 아리랑은 서울에서든 평양에서든 똑같이 부르더라.”

유지혜 기자, 오진주(서울대 노어노문과) 인턴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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