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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비운의 로마노프 황가, '영원한 안식' 얻나

중앙일보

입력

공산당 과격파인 볼셰비키에 총살당한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일가가 마침내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러시아 당국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베드로-바울로 성당에 안치돼 있는 니콜라이 2세와 황후 알렉산드라의 유해를 발굴하기로 23일(현지시간) 결정했다. 1918년 일가의 살해 사건에 대한 재조사 차원이다.

외신에 따르면 니콜라이 2세는 1917년 공산주의 혁명 과정에서 폐위됐고 이후 우랄 지방의 민가에서 가족들과 살았다. 니콜라이 2세는 공주인 올가·타티아나·마리아·아나스타샤, 황태자 알렉세이 5남매를 뒀다. 이듬해 7월 볼셰비키가 이들을 감금했고 다음날 총살했다. 일렬로 세운 뒤 총을 난사했다. 이후 시신은 불태워졌고 인근에 매장됐다. 니콜라이 2세가 50세, 공주들은 17~22세, 알렉세이는 13세였다. 비참한 최후였다.

시신들이 발견된 건 1991년이었다. DNA 테스트를 통해 황제 부부와 공주 세 명의 시신이 확인됐다. 이들은 1998년 지금의 성당에 재매장됐고, 2001년 그리스 정교회에서 성인으로 추대됐다.

그러나 아나스타샤와 알렉세이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아나스타샤의 생존설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한때 아나스탸샤 행세를 한 인물도 있었다.

그러다 2007년 공동묘지에서 두 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둘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일부에선 올 10월 이들 시신을 베드로-바울로 성당에 있는 니콜라이 2세 가족묘에 합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교회 측이 반발했다. 확실치 않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 재조사 결정이 나온 배경이다. 이를 위해 황제 내외의 유해를 발굴하기로 했다. 또 니콜라이 2세의 할아버지로, 폭탄 테러로 숨진 알렉산드르 2세의 제복에 남이있는 혈흔도 채취했다.

알렉산드르 2세의 후손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 살고 있는 마리아 블라디미로브나 대공비는 조사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이 로마노프 왕가의 수장임을 주장하는 그는 "이들이 누구냐란 의문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들은 "이들이 황실 가족이 맞으면 참극이 벌어진 지 100년 만인 2018년 이전엔 가족묘에 합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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