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강 칼럼] 긴 명절 끝 찾아오는 생리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박형무 교수

새내기 주부 이모(32, 여)씨는 결혼 후 명절이 두렵다. 매번 명절 때 마다 아이는 언제 가질 것이냐는 어른들의 질문 공세와 끊이지 않는 밥상 릴레이에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로감이 쌓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명절 때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온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평소에 하지 않던 하혈까지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하혈이 점점 심해지자 병원까지 찾게 되었다. 산부인과에서는 이모씨의 자궁에 4cm 크기의 근종이 있다며 증상을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자궁근종 심해지면 난임 위험 높아지고 삶의 질 떨어져

민족의 대 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즐거운 한가위이지만 주부들에게는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은 시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명절 후에 주부들의 몸에 나타나는 크고 작은 증상들에 병명을 붙여 ‘명절 증후군’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명절 후에 많은 주부들이 몸살과 두통, 복통을 호소하며, 심한 경우에는 하혈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보통 때와 다르게 자궁에서 출혈이 심하거나, 생리통이 지나치게 심해졌다면, 자궁근종을 의심해 봐야 한다. 자궁근종을 가진 환자 5명 중 1명 꼴로 증상이 나타나는데, 명절 후 극심한 스트레스 등은 여성 호르몬의 변화를 초래하고, 이러한 여성 호르몬의 불균형은 자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궁근종은 자궁의 평활근에 생기는 양성 종양을 말하며, 그 원인으로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과 같은 여성 호르몬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궁근종은 여성 호르몬의 자극에 반응하기 때문에 가임기 동안 근종의 크기가 변할 수 있는데, 근종의 크기가 더 커지게 되면 증상이 더 심해지거나 증상의 수가 많아질 수 있다. 우리나라 가임기 여성의 40%에 발생할 정도로 흔한 종양인 만큼 내 몸에는 혹시 자궁근종의 증상이 없는 지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자궁근종의 증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자궁근종을 가졌다고 해서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크기와 종양의 수,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비정상 자궁 출혈, 월경과다, 골반 동통, 배변 배뇨 장애나 성교통이 나타날 수 있다. 근종의 크기가 작은 초기에는 증상이 가벼워 스트레스로 인한 후유증으로 넘길 수 있을 정도이나, 정도가 심해지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고 삶의 질이 급격히 낮아지게 된다. 증상을 방치하면 불임과 난임 까지 이어질 수 있어 증상이 느껴질 정도라면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고전적인 치료법으로는 직접적으로 혹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근종의 위치를 확실하게 찾아서 정확하게 제거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술과 마취로 인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으며, 수술 후에 재발할 수도 있어서 완벽한 치료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자궁 전체를 아예 적출하는 자궁적출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혼 한지 얼마 안되어 아직 아기를 가질 계획이 있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당연히 수술 후 가임력의 소실이 우려된다. 또한 젊은 여성뿐 아니라 40-50대 여성들에게도 여성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궁을 들어내는 일은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여간 꺼려지는 일이 아니다.

그러면 수술을 하지 않는 치료법은 없을까? 기존의 주사제 치료와 최근에 등장한 경구용 약물 치료법은 수술이 부담스러운 환자들에게 선호되는 치료법이다. 우선 기존에 사용되던 주사제의 경우, 여성호르몬을 감소시켜 근종의 크기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증상을 완화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저하시키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폐경기 증상인 안면 홍조, 골 손실 등의 부작용이 생기게 되고 투약 종료 후에 줄어든 근종의 부피가 다시 커지게 되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 등장한 먹는, 경구로 복용하는 알약 형태의 자궁근종 치료제의 경우, 자궁근종의 크기를 감소시키면서 출혈, 통증 등 근종과 관련된 근본적인 증상들을 함께 개선시킬 수 있어서 효과적이다. 특히 주사제의 부작용인 안면홍조나 골손실 등 폐경기 부작용을 피할 수 있으며, 약을 중단해도 줄어든 크기가 최소 6개월 이상 유지된다. 따라서 경구용 자궁근종 치료제는 비교적 부작용으로부터 안전하고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수술이나 주사제 전에 먹는 약을 먼저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먹는 약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지 반응을 살피고, 근종의 크기가 줄지 않거나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 수술이나 다른 요법을 택해도 늦지 않다.

가족들 챙기기 바쁜 명절이지만 내 몸 돌보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만약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혹시 자궁근종 때문은 아닌 지를 주의 깊게 살피고,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시기를 바란다.

※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