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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 … ‘시대의 논객’ 정운영을 그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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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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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정운영 선생(맨 오른쪽 그림 얼굴) 10주기 추모식과 선집 출간기념회가 23일 열렸다. [김성룡 기자]

경제학자이자 언론인으로 진보 진영의 맏형 노릇을 했던 고(故) 정운영(1944~2005) 선생 10주기 추모식이 2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선집 『시선(視線)』 출간 기념회를 겸한 이날 모임에는 선·후배 동료 100여 명이 모여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고 더 생각나는 고인의 삶과 학문세계를 기렸다.

선집 『시선』 출간회 겸 추모식

 책의 제자(題字)를 쓰고 추모의 글을 보낸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그가 비판의 시선을 보냈던) 그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오늘의 현실 속에서…많은 독자들이 그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책을 펴낸 ‘생각의 힘’ 김병준 대표는 “학생 시절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던 경제학 전공자로서 대부분 절판된 귀중한 원고를 다시 세상에 내놓게 돼 보람있다”고 말했다. 대학 선후배 사이로 가톨릭학생회에서 청년 정운영을 만났던 박철용씨는 “우아하게 상대를 제압하던 형님의 글쓰기, 말하기, 손짓까지 흉내 내고 싶었다”며 ‘우상의 승천’이란 시 한 수를 영전에 바쳤다.

 고인이 말년에 논설위원으로 재직했던 중앙일보 사우들은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너그럽던’ 신사 정운영이 벌써 그립고, 다시 그립다고 회고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정영주씨는 내자동 방에 붙어있던 ‘가담하라, 그리고 괴로워하라. 사회정의 투쟁 속에’로 시작하는 시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선집 구성에 힘을 보탠 정춘수씨, 추도사를 쓴 조정래 소설가, 이필재 ‘더 스쿠프’ 대기자 등이 아직 가슴 속에 살아있는 정운영을 기억했다.

 고인의 생전 영상이 흐른 데 이어 장사익씨가 ‘봄날은 간다’를 부르자 참석자들은 중앙일보 2005년 9월 8일자에 실린 고인의 마지막 칼럼 ‘영웅본색’의 한 구절을 되짚었다. “이 시대에 더욱 절박한 제목이 정치적 정직성이라고 믿는다.”

 이날 모임에는 김정남 전 청와대 교문 수석과 정태기·권근술 전 한겨레신문 사장, 신홍범 논설위원, 이세정 아시아경제신문 사장, 백영서 창비 대표, 이하경 중앙일보 논설주간 등이 참석해 영원한 논객이자 진보주의자 정운영을 추억했다.

글=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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