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에 반도체까지 … 30조 시장 노리는 SF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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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에스에프에이(SFA)가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에서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STS반도체통신 인수와 관련한 기업 설명회를 열었다. 김영민 SFA 대표이사가 인수·합병(M&A) 배경과 세계적인 종합 반도체 장비업체로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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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으로 보여주겠다.”

STS반도체 인수한 원진 부회장
후공정 1위 업체 1334억에 매입
디스플레이와 시너지 효과 기대
“현금 탄탄 … M&A 적극 나서겠다”

 국내 대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원진(42·사진) 에스에프에이(SFA) 부회장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의 눈높이는 ‘글로벌 시장’에 맞춰져 있었다. 무차입 경영, 현금 보유 3000억원대, 영업이익률 11%처럼 제조업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우등생 성적표를 갖고 있는 그는 30조원 규모의 세계 시장을 노리고 있었다.

 그는 SFA의 모(母)회사 디와이홀딩스의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기도 하다. 동양엘리베이터 창업주인 원종목 회장이 그의 부친이다. 원 부회장은 2008년 경영악화로 고전하던 SFA를 인수했다. 디스플레이 장비와 물류 장비 사업으로 한해 10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낼 정도로 SFA는 인수 몇년 만에 알짜배기 회사가 됐다. 원 부회장은 그렇게 쌓인 실탄으로 이번엔 STS반도체통신을 사들였다. 인수대금 1334억원이 투입됐다. 23일 STS반도체 인수를 겸해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에서 열린 SFA의 기업설명회(IR)에 앞서 원 부회장을 인터뷰했다.

 KT렌탈, 동양매직 인수전에도 과감히 뛰어들 정도로 그는 신(新)사업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STS반도체 인수 배경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반도체 사업을 하고 싶었다.” 디스플레이 장비사업은 업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그러다보니 외풍에도 단단한 실적을 낼 수 있는 사업이 필요했다. 그가 눈돌린 건 디스플레이 산업과 공통점이 많은 반도체 사업이었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STS반도체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후(後)공정을 담당하는 이 회사는 국내 기업 가운데선 1위였다. 작은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전(前) 공정을 거친 둥근 웨이퍼를 받아, 칩을 보호하는 밀봉작업과 기판연결 및 조립을 하는 역할을 했다. 연평균 5%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 반도체 후공정 시장 규모는 약 30조원. 이 가운데 2%의 점유율을 보유한 STS반도체를 잘 키워내면 세계 시장서 승부를 걸만하다는 판단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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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부회장은 ‘자신감’의 근거로 STS반도체의 필리핀 법인을 예로 들었다. 현지 상장사인 필리핀법인(PSPC)은 원가 경쟁력이 세계 1위로 메모리 시장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조차도 외주업체 평가에서 2년 연속 1위로 꼽는 실력있는 곳이다.

 그는 “STS반도체 인수로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에 이어 반도체까지 진출해 사업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SFA가 LCD(액정표시장치)에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장비까지 기술력을 확보한 데 이어 이번엔 반도체 사업까지 발을 넓히면서 성장 기반을 닦았다는 것이다. SFA는 STS반도체 투자의 70% 수준이 장비관련 투자인 점을 설명했다. 대부분 수입장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SFA가 개발해 공급하면 충분한 시너지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민 SFA 대표이사는 “디스플레이 장비사업에서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적 근간이 유사한 반도체 후공정 설비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원 부회장은 STS반도체의 인수효과가 본격적으로 나올 시기를 2016년으로 내다봤다. 그는 “채권단과 453억원을 1년 안에 더 투자해 629%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내년까지 200%대로 낮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STS반도체 인수에 따른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도 “KT렌탈 인수전에 뛰어들 때 1조원대의 자금을 마련한 바 있다”며 “STS반도체 인수자금 외에도 2분기 기준 1800억원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직도 6000~7000억원의 현금조달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좋은 M&A(기업 인수·합병) 건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글=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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