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리뷰] 장 이브 티보데 '사티 전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프랑스 피아니스트 장 이브 티보데(42)가 연주하는 '짐노페디'에는 작곡가 에릭 사티(1866~1925)에 대한 존경심이 흠뻑 배어 있다.

작곡자가 "단 한 개의 음표도 무의미하게 작곡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처럼 모든 음에 나름의 존재 이유를 부여하기 위해 음색을 조탁(彫琢)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음반 곳곳에 나타난다.

1960년대 초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이삼류 작곡가 아니면 칵테일 피아니스트가 쓴 습작쯤으로 여겨지던 에릭 사티의 피아노곡들을 재발굴해 과감히 리사이틀 무대에 올렸던 피아니스트 알토 치콜리니를 사사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드뷔시.라벨에 이어 사티에서 프랑스 피아노 음악사에 우뚝 선 봉우리를 발견했기 때문일까.

두터운 화음을 군더더기로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솔직하려고 했던 사티의 음악을 제대로 들으려면 우선 낭만주의적 감정이입이나 욕심부터 버려야 한다. 에릭 사티의 피아노곡은 최근 데카 레이블에서 5장의 CD로 출시된 티보데의 전곡 녹음(사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여간해선 빛바랜 연주가 되기 쉽지만 그의 연주는 단아하고 시적(詩的)인 해석과 함께 다이내믹(강약)의 폭을 피아노(p)에서 메조 포르테(mf)로 비교적 넓게 잡아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명상적 분위기 속에서도 악센트를 부여해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빌 에번스.듀크 엘링턴 등 재즈 음반도 녹음한 경험 덕분에 미니멀리즘과 재즈적 요소로 가득찬 사티의 음악이 그의 열 손가락을 거치면서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프랑스 피아니스트 특유의 세련되고 우아한 감수성이 유난히 돋보이는 연주다.

전곡 음반을 듣는 묘미는 다른 작품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숨겨진 보물들을 한 자리에 놓고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야 출판돼 연주회에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그노시엔 제7번'(1891)을 재발견한 것은 큰 수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