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공화당 정치 아웃사이더 3인이 1~3위 장악

중앙일보

입력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아웃사이더 3인방'이 1~3위를 점하는 구도가 굳어져가고 있다.

온갖 막말 퍼레이드를 계속해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 별다른 정책이 없어도 TV토론에 나와 온화한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도 2위를 이어가는 외과의사 출신 벤 카슨, 지난달 1차 TV토론 때 '마이너리그'에서 출발했지만 'TV토론의 여왕'으로 떠오르며 일약 3위로 치고 올라온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최고경영자(CEO) 모두 기세가 대단하다.

여론조사기관 '모닝 컨설턴트'가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6일의 2차 TV토론을 지켜 본 공화당 지지자들 중 29%가 피오리나를 승자로 꼽았다. 2위는 트럼프(24%), 3위는 카슨(7%)였다.

토론의 승패와 상관없이 지지율에선 트럼프가 36%라는 압도적 수치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12%를 얻은 카슨이었으며 이어 피오리나 10%,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9%,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7%, 부시 전 주지사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각 6% 등이었다.

2위인 카슨의 지지율의 3배를 기록 중인 트럼프는 2차 TV토론에서 다른 후보들의 집중견제를 받으며 다소 몰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지율에선 흔들림이 없었다.

특히 트럼프는 1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무슬림이며 미국인이 아니다"라고 출생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지자의 질문을 수정하지 않고 동조해 논란을 빚었지만 이 같은 지지율을 무기삼아 정면 돌파에 나섰다.

그는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누군가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안 좋고 논란을 야기할 발언을 할 때마다 내가 오바마를 변호해줘야 할 의무가 있냐.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만약 누군가가 나에 대한 나쁘고 논란이 많은 발언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다고 했을 때 과연 그가 나를 구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또 "내가 어떤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논란을 초래한 것은 내 인생에서 이번이 처음"이라고 받아쳤다.

2위를 달리는 카슨의 경우 정치문외한으로 외교나 국내 정책에 깊은 식견이 없음이 TV토론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지만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사람이 진실돼 보인다"는 이유로 지지가 확산하고 있다.

한편 피오리나는 공화당 경쟁후보는 물론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까지 싸잡아 독하게 비난하면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경우다.

특히 기성 정치인 후보나 남성후보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섬세한 감성이 장점이다. 피오리나는 18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그린빌에서 열린 한 보수단체 주최 포럼에서 2009년 마약과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다 사망한 양녀 로리 앤을 언급하며 눈가에 눈물을 보였다. 이틀 전 TV토론에서 "내 남편 프랭크와 나는 마약 중독된 아이를 묻었다"고 밝힌 데 이어 또다시 불운한 가정사를 공개한 셈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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