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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m에 1시간씩, 나흘 만에 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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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안보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야당은 내각 불신임안과 각료 문책결의안 등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각종 저항 수단을 동원했다.

 일본 야당은 과거에도 특정 사안을 두고 여당에 맞서기 위해 여러 전략을 구사했다.

 표결하러 가는데 아주 천천히 걸어가는 ‘소걸음(우보) 전술’, 결의안 취지를 설명하는 연설을 길게 끄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최근 “내각 불신임결의안이나 문책결의안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때문에 법안이 참의원에서 안보 법안을 처리하는 데 2박3일이 걸렸다.

 결의안 통과에는 건당 세 시간 정도가 걸리고 일반 법안인 안보 법안보다 우선 처리된다. 따라서 부결되더라도 최소한 ‘시간 끌기’라는 소기의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

 본회의에서 표결을 하게 되더라도 저항할 수단은 있다. 출석 의원의 5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기명 표결이 가능하다. 기명 표결을 할 경우 의석에서 투표함까지 천천히 걸어가면서 시간을 끄는 소걸음 전술을 쓴 사례가 과거 일본에서 있었다. 소걸음 전술은 1992년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안 심의에서 등장했다. 일본 사회당 등이 ‘1m 가는 데 한 시간’ 걸리는 우보 전술을 사용한 결과, 중의원에서 가결되는 데 4일이나 걸렸다.

  연설을 길게 끄는 필리버스터도 중요한 저항 수단 중 하나다. 2004년 연금제도 개혁법안 심의에서 민주당의 모리 유코(森ゆうこ) 참의원이 구니이 마사유키(國 井正幸) 후생노동위원장의 해임결의안 취지를 설명하는 데 3시간1분을 썼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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