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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쟁할 수 있는 나라’ 참의원 본회의만 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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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7일 일본 참의원 평화안전법제 특별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안보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민주당 여성 의원인 마키야마 히로에가 몸을 날려 특위 통과를 저지하려 하고 있다. [도쿄 AP=뉴시스]

17일 오후 4시30분쯤 일본 참의원 제1회의실. 일본이 해외에서도 무력 행사를 가능하도록 하는 11개 안보법안을 다루던 특별위원회(상임위)가 일순 난장판이 됐다.

아베 힘으로 안보법안 상임위 처리
오늘 참의원 본회의 통과도 유력
야당, 육탄전 벌였지만 역부족
“자민당 죽은 날 … 민주주의 종언”

 고노이케 요시타다(鴻池祥肇·자민당) 특별위원장이 의장석에 앉으면서 여야 의원이 단상으로 몰려들었다. 법안 표결에 나서려는 고노이케를 보호하려는 자민당 등 여당 의원과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당 등 야당 의원 간 몸싸움과 실랑이가 수분간 계속됐다. 그러나 야당은 역부족이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은 군소정당의 힘을 규합한 절대 과반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고노이케는 여당 의원에 파묻힌 채 11개 법안에 대한 의사를 진행했고, 법안은 기립 표결로 가결됐다. 한 야당 의원은 ‘자민당이 죽은 날’이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郞) 의원은 “민주주의의 종언”이라고 말했다.

 일본 여야는 안보법안 특별위 처리를 놓고 이틀 동안 철야 대치했다. 연립 여당인 자민·공명당은 당초 16일 오후 6시30분 특별위에서 총괄 질의를 한 뒤 법안을 표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야당의 지연 전술이 이어지면서 17일 새벽 3시40분 휴회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분노한 여성의원들의 모임’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한 야당 여성의원들이 의사당 내 회의장으로 가는 통로를 봉쇄했다. 이들은 여당 의원이 길을 트려고 몸에 손을 대려 하면 “성희롱”이라고 소리쳤다. 남녀 의원들 사이에서 “건드렸다” “안 건드렸다”는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야당은 17일 오전 고노이케 위원장이 특위를 개최한다고 선언하자 그에 대한 불신임안을 냈지만 부결됐다. 고노이케는 그 직후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5개 주요 야당은 여당의 강행 처리에 맞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해 내각 불신임 결의안과 총리 등에 대한 문책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연립여당이 참의원의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어 법안은 18일까지 성립될 것이 확실시된다.

법안이 성립되면 지난해 7월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본격화할 수 있게 된다. 자위대도 전 세계에서 미군 등에 대한 후방 지원이 가능하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안보법제 통과에 대해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한반도 내에서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부는 우리 영역 내 일본 자위대 활동에 대해 우리의 요청 또는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일본 측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서울=안효성 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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