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병원 숙련의 연봉, 사립대 병원 60% … “지원자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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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최상위급 의료기관인 국군 수도병원에서 숙련의가 부족해 총상·폭발상 장병을 치료할 수 없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국방부가 도입한 ‘전문계약직 의사 채용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본지 9월 17일자 2면). 국방부는 2008년 “군 병원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면서 2013년까지 민간 전문의 180명을 영입하겠다는 취지로 전문계약직 의사 채용에 나섰다.

 하지만 17일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이 제도로 임용할 수 있는 민간 전문의의 정원 자체가 180명에서 56명으로 7년 만에 3분의 1 토막이 나 있는 상태였다. 군 관계자는 “지원자가 없다 보니 예산이 ‘불용처리’되는 일이 잦았고, 그럴 때마다 정원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현재 군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계약직 숙련의들은 4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의 1로 줄어든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계약직 의사 채용제가 유명무실해진 이유로 의료계 관계자들은 비현실적인 처우를 꼽는다. 정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병원에서 일하는 전문계약직 외과 숙련의의 연봉은 1억1500만원이다. 하지만 같은 경력의 의사가 수도권 사립대학병원으로 옮기면 당장 연봉이 1억9000여만원으로 뛴다. 여기에 수술을 할 때마다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해외연수(1년 장기연수 1회, 단기연수 2회)의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국립대병원으로 옮겨도 연봉이 1억5000여만원으로 오르고, 연수 기회가 있다. 한 예비역 군의관은 “돈을 벌겠다는 마음으로 군 병원에 지원하는 전문의는 없지만, 그래도 지원자가 없을 정도로 민간병원과의 임금 격차가 커 전문계약제의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군 전문계약직 의사 42명 중 38명은 현재 수도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이 중 총기나 수류탄에 의한 특수외상자에게 수술을 할 수 있는 ‘대학병원 부교수급(임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 5~6년 차)’ 외과 숙련의는 1명뿐이다. 흉부외과나 정형외과·신경외과 숙련의도 1명씩이다. 특수외상자에 대한 수술을 할 때 반드시 함께 시행해야 하는 복원성형을 맡아줄 성형외과 의사는 1명도 없다. 이러다 보니 지난달 4일 발생한 북한군 목함지뢰 도발의 피해 장병 하재헌(21) 하사처럼 폭발상을 입어도 민간병원으로 가서 대기를 하다 수술을 받는 일이 벌어진다. 군 의료기관 관계자는 “부상병을 국군 수도병원으로 이송하는 건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국회에서 제기한 국회 국방위원장 정두언(새누리당) 의원은 “기본적으론 장기복무하는 군의관을 자체적으로 길러낼 수 있도록 수도병원에 외상센터를 설립하는 게 중요하다”며 “하지만 설립 전까진 민간 숙련의들을 확보해 총상 환자를 치료할 능력 정도는 군 병원이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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