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큰 산골소년 3총사, 10년 만에 골프장 재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강원도에서 함께 자란 한 살 터울의 프로골퍼 3인방 이수민·노승열·박일환(왼쪽부터). [인천=김두용 기자]

“대회 도중 집에 간 거 기억나니?”(노승열)

10여 년 전 기억을 떠올린 형들은 막내를 놀렸다.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며 머쓱해하던 막내는 “어렸을 때 일이에요”라며 머리를 긁었다. 노승열(24·나이키)과 박일환(23·JDX멀티스포츠)·이수민(22·CJ오쇼핑)은 강원도 산골 곳곳을 누볐던 주니어 시절을 회상하며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었다.

 노승열은 강원도 고성, 박일환은 강릉, 이수민은 평창 출신이다. 3인방은 항상 강원도 내 아마추어 대회 1~3위를 휩쓸었다. 노승열은 “당시 강원도에 선수가 별로 없었다”고 겸손해했다. 이들은 강원도뿐만 아니라 전국 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 골프의 유망주로 각광 받았다. 이제는 엄연히 한국 골프의 차세대 주자로 성장한 3인방은 초등학교 때 이후 처음으로 큰 무대에 같이 섰다. 17일 인천 베어즈 베스트 청라 골프장에서 개막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 제31회 신한동해오픈에서다.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 노승열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KPGA투어 신인왕에 오른 박일환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활약하고 있고, 이수민은 올해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다.

 3명은 나란히 골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07년 노승열과 박일환은 함께 국가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박일환이 큰형의 과거를 들췄다. “초등학교 4~5학년 때쯤 담력을 키우기 위해 공동묘지에서 함께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다. 나는 푹 잤는데 승열이 형은 무서워서 잠을 못 잤다.”

 그러자 노승열은 “수민이는 대회 도중 집에 갔지”라고 화제를 돌렸다. 노승열은 “강원도 용평에서 열린 주니어 대회 당시 비가 너무 많이 오고 날씨가 춥자 수민이가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당연히 실격 사유였지만 마침 폭우로 그날 대회가 취소됐다는 사연도 들려줬다.

 최고의 무대인 PGA투어 입성을 노리는 박일환과 이수민에게 노승열은 롤모델이자 멘토다. 노승열은 “PGA투어 프로들은 라운드 전후 몸을 푸는 체력 훈련을 꼭 한다”며 “스트레칭과 체력 훈련이 무척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일환은 일본, 이수민은 유럽을 통해 미국 무대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3명은 주니어 시절처럼 PGA투어에서 함께 활동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17일 개막한 신한동해오픈 1라운드에서 큰형의 성적이 가장 좋았다. 노승열이 3언더파 4위에 올랐고 이수민이 이븐파, 박일환은 10오버파를 기록했다. 이날 25번째 생일을 맞은 안병훈(24)은 5언더파로 선두 이동민(30·바이네르·6언더파)에게 1타 뒤진 2위에 올랐다.

JTBC골프가 2라운드를 낮 12시, 3~4라운드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

  인천=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