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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스푼 5] 떡볶이 1위는 못 잊어 또 가는 '매콤 말랑' 그 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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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떡볶이는 198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인기를 끌었다.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고추장·춘장 소스에 떡·달걀·어묵등 갖은 재료를 끓여 먹는 애플하우스의 즉석떡볶이는 이집 최고의 인기 메뉴다.

江南通新이 ‘레드스푼 5’를 선정합니다. 레드스푼은 江南通新이 뽑은 맛집을 뜻하는 새 이름입니다. 전문가 추천을 받아 해당 품목의 맛집 10곳을 선정한 후 독자 투표와 전문가 투표 점수를 합산해 1~5위를 매겼습니다. 이번 회는 떡볶이입니다.

허름한 분식집 앞에 서서 ‘오뎅국물’ 후후 불어가며 먹는, 값싸고 배부른 음식 떡볶이. 하지만 원래의 떡볶이는 기름에 볶아 먹는 고급 궁중음식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밀가루가 보급되고 다양한 양념이 개발되며 ‘국민 간식’이 됐죠. 간장·고추장·춘장 등 입맛에 맞는 소스를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서울 시내 맛있다고 소문난 떡볶이집을 전문가와 독자가 함께 선정했습니다.

[애플하우스]
강남서 27년 … 무침군만두도 별미

“어렸을 때부터 먹던 맛을 잊을 수 없다. 농도가 깊고 진한 국물 소스 맛이 일품이다”(독자 오은주)

1988년 반포주공아파트 상가에 문을 연 후 27년째 같은 자리에서 운영한다. 원래는 고추장 양념을 한 일반 떡볶이만 팔았는데, 80년대 후반 같은 건물 2층으로 이전하면서 ‘즉석떡볶이’ 메뉴를 추가했다. 지나다가 우연히 들르기 어려운 위치라 처음엔 인근 초등학생 손님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80% 이상이 성인 손님이다. 떡은 밀가루떡만 쓴다. 손님들이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식감의 밀가루떡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반 떡볶이는 즉석떡볶이와는 양념이 전혀 다르다. 고추장·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으로 간을 맞춰 매콤하게 만든다. 한 번 튀긴 손만두를 같은 양념에 무쳐 낸 ‘무침군만두’도 인기 메뉴다. 즉석떡볶이 양념에는 고추장 외에 춘장을 섞어 깊은 맛을 낸다. 떡·어묵·양배추·달걀 등의 부재료를 듬뿍 넣어 양이 푸짐하다.

○ 대표 메뉴: 떡볶이 3500원, 즉석떡볶이 3000원, 무침군만두(4개) 2500원, 사리류 2500원
○ 운영 시간: 오전 10시30분~오후 9시
○ 전화번호: 02-595-1629
○ 주소: 서초구 반포동 978 2층
○ 주차: 아파트 단지 주차장 이용

[진미떡볶이]
소스 비결은 고추장+춘장+간장

“고소하고 매콤한 소스가 중독적이다.”(독자 이윤선)

지난해 ‘생활의 달인’에 떡볶이 달인으로 출연하기도 했던 손혜자 사장이 1970년 문을 열었다. 지금은 딸 김효선씨와 함께 운영한다. 가게에 들어서면 모녀가 분주하게 떡볶이를 만드는 주방이 보인다. 직접 주문해서 만드는 수제떡과 소스가 진미떡볶이의 자랑이다. 떡은 쌀가루와 밀가루를 적절히 배합해 만든다. 쫄깃한 식감과 부드러운 식감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떡 자체로 맛있다. 소스의 비결은 집에서 모녀가 직접 만드는 간장이다. 소스가 검은색이라 짜장떡볶이처럼 보이지만 고추장·춘장과 손씨가 담근 간장을 배합해 직접 만든 소스다. 완성한 떡볶이는 손잡이가 달린 은색 양은냄비에 담아준다. 투박한 양은그릇에 부어주는 오뎅국물과 세트다. 부추·우엉·햄·달걀·단무지 등 여러 재료가 들어가는 김밥을 함께 주문해 떡볶이 소스에 찍어먹는 것도 별미다.

○ 대표 메뉴: 떡볶이 3000원, 김밥 2000원, 어묵ㆍ순대ㆍ튀김 3000원
○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 전화번호: 02-2252-5889
○ 주소: 중구 신당동 291-29
○ 주차: 4~5대 가능

[폭풍간지스낵]
한잔하기 좋은 세련된 인테리어

“감칠맛이 뛰어난 짜장떡볶이와 일식 요릿집 수준의 바삭한 튀김이 압권.”(독자 하수연)

광고 회사 아트디렉터로 일하던 장성욱 대표가 2010년 좋아하던 떡볶이 가게를 직접 열었다. 연남동에 본점이 있고 대현동·망원동에 분점이 있다. 매장에 들어서면 세련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시멘트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 벽면과 바닥, 검은색 전등갓을 씌운 현대적 디자인의 조명이 여느 떡볶이집과는 다른 분위기를 낸다. 생맥주와 사케도 판다. 떡볶이·튀김을 안주 삼아 술과 함께 먹는 젊은 층이 많이 온다. 매콤하고 개운한 맛의 떡볶이와 여기에 짜장 소스를 섞은 ‘짜떡’이 인기 메뉴다. 떡볶이 못지않게 튀김도 인기다. 즉석에서 튀긴 왕새우·한치 튀김에 맥주를 곁들이면 맛있다. 가마솥에서 찐 쫄깃한 찹쌀순대도 판매한다. 폭풍간지스낵은 제주도 구좌읍에도 있다. 장씨의 누이가 비법을 전수받아 ‘평대스낵’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한다.

○ 대표 메뉴: 떡볶이 3500원, 짜떡 1만원(2인분), 모듬튀김(5개) 5000원
○ 운영시간: 오후 3시~밤 12시, 월요일 휴무
○ 전화번호: 02-325-4548
○ 주소: 마포구 연남동 255-21
○ 주차: 불가

[미미네]
탱글탱글한 떡, 파사삭한 튀김

"자작한 국물과 떡의 비율이 완벽하다. 떡이 굵지 않아 양념이 속속 잘 배어 있다.” (독자 이윤아)

게임회사에서 일하던 정은아 대표가 2009년 인천에서 시작한 떡볶이 가게다. 지금 위치는 서교동. 홍대 주차장 거리를 걷다 보면 노란색 벽돌로 마감한 2층 건물이 시선을 끈다. 내부도 세련되고 발랄한 분위기다. 대표 메뉴는 국물떡볶이다. 탱글탱글한 떡의 식감이 살아있다. 새우튀김은 입안에 넣으면 마른 종이처럼 파사삭 부서진다. 새우 다리 하나까지 모양을 살리는 튀김 기법을 개발해 한국·미국·일본에서 특허도 받았다. 새우튀김은 간장보다 소금에 찍어 먹는 게 맛있다. 백김치와 먹어도 별미다. 3~4인용 반조리 떡볶이는 포장판매도 된다. 물 1L와 소스를 냄비에 붓고 끓이다가 떡을 넣어 다시 한 번 팔팔 끓이고, 오뎅과 파를 넣으면 매장에서 먹는 것과 똑같은 맛을 즐길 수 있다.

○ 대표 메뉴: 국물떡볶이 3500원, 반조리떡볶이 1만원(3~4인분), 새우튀김 1만1000원(5개)
○ 운영 시간: 낮 12시~오후 10시
○ 전화번호: 02-3143-7245
○ 주소: 마포구 서교동 367-1 2층
○ 주차: 홍대 공영주차장(유료)

[신토불이]
떡볶이 핫도그와 섞어 먹어도 잘 어울려

“칼칼하고 단맛이 나는 소스와 떡볶이·달걀·야끼만두의 기막힌 조합.” (독자 김혁)

42년 전 문을 연 장수 떡볶이집이다. 구의동 골목에 위치한 작고 허름한 가게다. 주말이면 줄 서서 떡볶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새벽 1시까지 문을 연다. 커다란 철판에서는 종일 떡볶이가 보글보글 끓고, 그 옆에는 튀김과 핫도그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무 식탁이 빼곡한 홀이 나온다. 기본 메뉴는 밀가루떡으로 만든 떡볶이다. 떡볶이에 익힌 달걀, 야끼만두, 오뎅을 하나씩 넣어주는데 양이 제법 많다. 떡볶이는 많이 맵지 않고 적당히 칼칼한 맛이다. 비닐봉지를 씌운 흰색 플라스틱 접시에 담아준다. 핫도그도 파는데 빵 반죽이 얇고 속에 든 소시지가 두툼하다. ‘따로 달라’고 주문하지 않으면 핫도그를 잘게 잘라 떡볶이 소스에 버무려 준다. 고소하고 기름진 핫도그와 매운 소스가 잘 어울린다.

○ 대표 메뉴: 떡볶이 3000원, 핫도그 1500원, 셀프, 선불 시스템으로 운영
○ 운영 시간: 오전 11시~새벽 2시
○ 전화번호: 011-735-2475
○ 주소: 광진구 구의동 52-17
○ 주차: 2~3대 가능

80년대 트렌드 좀 아는 젊은이들
신당동 DJ 앞에서 사랑 속삭였죠

2003년 드라마 ‘대장금’ 방영 당시 시청자 게시판에는 ‘정말 저게 떡볶이가 맞나요’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우리가 흔히 아는 떡볶이는 떡을 매콤한 고추장에 졸여 먹는 간식인데 드라마 속 장금이가 만든 떡볶이는 배를 넣어 달게 만든 맛간장에 쇠고기·채소 등 갖은 재료를 넣은 음식이었다. 모양과 맛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이 떡볶이가 실은 원조 떡볶이의 형태다.

 원래의 떡볶이는 지금처럼 양념에 졸이지 않고 기름을 둘러 볶아서 만들었다.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한국음식박물관』에 조선시대 떡볶이의 재료와 조리법이 자세히 나온다. 조선시대 떡볶이는 가래떡·쇠고기·미나리·숙주·밤·대추를 기름에 볶아 간장 양념을 했다고 한다. 1950년~70년 사이 신문에 등장한 떡볶이 레시피도 한결같이 궁중식 조리법을 소개했다. 재료에는 반드시 쇠고기가 들어가니 전쟁 직후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을 것이다.

 밀가루떡을 매운 떡볶이 양념에 졸인 현재와 같은 떡볶이는 한국전쟁 이후 등장했다. 당시엔 냉장고를 가진 집이 거의 없었고, 딱딱하게 굳은 가래떡을 부드럽게 먹기 위해선 이런 매운 양념에 졸이는 게 효과적이었다. 박찬일 음식 칼럼니스트는 “남은 떡에 고추장·물엿을 더해 오래 끓이면 떡이 부드럽고 먹을 만해졌다”고 말했다. 전쟁 직후 가난했던 시대를 지내며 만들어진 음식인 셈이다. 73년 시작한 ‘신토불이’, 80년 문을 연 ‘애플하우스’가 50년대 매운 떡볶이의 전통을 잇는 대표 맛집이다.

 쌀떡뿐이던 떡볶이 재료도 한국전쟁 이후 밀가루떡으로 대거 바뀌었다.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는 “밀가루로 만든 떡은 몸에 나쁘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재료의 성질 자체가 전혀 달라서 쌀떡이 좋다, 밀가루떡이 나쁘다를 비교할 수 없다”며 “밀가루떡의 매력은 글루텐 함량이 높아 양념을 고루 흡수하고, 오래 졸여도 불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쌀떡은 쫄깃한 식감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좋아한다.

조선시대엔 고기와 함께 볶아 간장 양념
6.25 거치며 고추장 국물에 밀떡 대중화
즉석떡볶이는 휴대용 버너 보급되며 등장

 시대가 변하며 소스도 달라졌다. 간장 양념은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섞은 매운 양념으로 바뀌었다. 김임옥씨가 운영하는 통인동 ‘기름 떡볶이’는 옛날 방식의 떡볶이를 만든다. 커다란 무쇠 솥뚜껑에 기름을 두르고 떡을 달달 볶아준다. 짜장면에 쓰이던 춘장이 떡볶이 양념으로 쓰이기도 했다. 신당동 떡볶이타운의 신화를 쓴 고 마복림씨의 인생을 바꾼 소스이기도 하다. 마씨는 짜장면에 떨어뜨린 떡을 우연히 맛본 뒤 춘장을 더한 양념을 개발했다. 진미떡볶이·폭풍간지스낵이 바로 춘장을 넣은 양념을 사용하는 떡볶이집이다.

 신당동이 ‘떡볶이 골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도 마씨의 떡볶이가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조은영 어라운드더월드 편집장은 “80년대 신당동 골목은 트렌드를 좀 아는 젊은 사람들로 붐볐다”고 회상했다. 지금처럼 허름한 분식집이 아니라 사연과 함께 음악을 틀어주는 DJ들이 상주하며 분위기를 조성하는 인기 데이트 장소였다.

 80년대 후반 휴대용 가스버너가 보급되면서 즉석떡볶이가 등장했다. 신당동 마복림씨를 포함해 여러 떡볶이집이 즉석떡볶이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엔 허름한 분식집 메뉴에서 프랜차이즈 메뉴로 바뀌었다. 2002년 문을 연 ‘아딸’, 2007년 시작한 ‘죠스떡볶이’, 2009년 창업한 ‘국대떡볶이’가 수백 개의 체인점을 열었다.

글=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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