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방에선] 포항 고교평준화 전교조·학부모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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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의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 고교 평준화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10일 고교 평준화 실시 지역에 대한 지정 권한을 시.도교육감에게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고교 평준화를 꾸준하게 요구해 온 '포항지역 고교평준화 추진위원회'와 전교조 경북지부의 주장에 반대하는 단체도 결성됐다.

포항지역 일부 초.중.고 학교운영위원과 학부모 2백여명은 최근 '포항지역 고교 평준화 반대 범시민교육협의회'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협의회 김용기(60) 공동의장은 "안동시에서 한때 평준화를 도입했으나 성적이 하향 평준화하고, 인재가 다른 도시로 빠져나가 포기한 적이 있다"며 "인재 양성을 위해 지금처럼 능력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준화와 비평준화의 장.단점을 담은 홍보물을 제작해 시민에게 배포하고, 비평준화 유지 서명운동을 벌여 도교육감에게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평준화 추진위 측은 16일 현재 포항 지역 중.고교 교사의 52%인 1천3백여명의 서명을 받아놓고 있으며, 전교조 경북지부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경북도내 10개 시와 13개 군의 인문계 고교들은 중학교 시험을 치러 학생들을 뽑는다.

지원자들의 내신성적과 면접. 논술성적 등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적이 우수한 일부 중학생들은 평준화 제도가 적용되는 대구시내 고교 대신 인근 도시의 명문 고교로 진학하기도 한다.

전교조 경북지부 이용우 사무차장은 "도내 중학생들이 내신성적 때문에 예능과목까지 과외를 할 정도로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며 비평준화 제도의 폐단을 지적한다.

그는 또 "특정 고교 출신끼리 어울려 위화감을 조성하는 부정적인 측면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평준화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북도교육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자칫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을 두고 빚어진 극단적인 충돌이 재현될까 하는 우려에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평준화 도입 여부는 중학교 교육 정상화와 우수한 인재를 키운다는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간단치 않은 사안"이라며 난감해 하고 있다.

포항=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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