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盧 주파수'에 맞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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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개혁세력 구축론'이 보다 자세히 나오고 있다. 盧대통령은 16일 인터넷을 통한 정부부처 내 개혁주체 세력 간의 횡적 연대 시스템 구축 방침을 밝혔다. 경찰.해경 지휘관 2백81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특강에서였다.

盧대통령은 이날 "정부가 토론과 회의, 잘 발달된 인터넷 등을 활용해 한국사회를 한번 변화시키고 업그레이드해 보자는 게 혁신주체에 관한 나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또 "무언가를 바꿔 보려고 아이디어를 내고 혼자 삭이지 않고 건의서.제안서를 내는 등 열심히 일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 혁신의 주체들이 한 관서뿐 아니라 관서 간, 청(廳) 간 네트워크를 이뤄 다른 부처에서 하는 일도 바꾸는 등 정부 내 횡적 연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각 부처 내에 4급까지의 젊은 공무원 그룹 5~10명의 연구모임을 만들어 온라인을 통한 상호 토론, 盧대통령과의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식.비공식 개혁주체로 키워 나가겠다는 복안(본지 6월 16일자 1면)을 확인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盧대통령은 "공직사회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대한민국의)팔자를 한번 있는 데까지 고쳐 보자"고도 했다.

야당의 비판에 대해 盧대통령은 "문화혁명, 편가르기를 하자는 것이냐고 비판하는데 말이 좋아 비판이지 딴죽거는 것 같다"며 "대한민국이 문화혁명이 가능한 나라냐"고 반문했다.

盧대통령은 권력기관에 대한 분명한 코드 전파와 기강잡기에도 주안점을 뒀다.

민생 현장의 권력기관인 세무서장(14일)에 이어 경찰서장을 특강대상으로 삼은 것부터가 그랬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권력기관 중립을 선언한 뒤로 대통령의 국정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했다"며 권력기관과의 코드 맞추기가 그래서 먼저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盧대통령은 이날 "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은 앞으로 청문회가 싱거울 만큼 관심이 없도록 중립을 보장하겠다"며 "여러분은 대통령의 부하이니 내 명령을 따라야 하지만 부당한 정치적 명령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국민의 정부 초기에는 호남이 다 해먹으라는 정서도 있었고 새 정부의 경찰인사를 하는데도 어느 간부는 어느 쪽 줄에 섰다는 말들이 나와 혼란을 겪은 적도 있다"며 주의를 환기시킨 뒤 "치안총감이나 치안정감쯤 되면 청와대를 쳐다보고 소신껏 얘기하되 그외에는 청와대에 줄대지 말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라"고 주문했다.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을 언급한 대목도 눈에 띄었다. 盧대통령은 특강 후 오찬에서 "국정원이 종합정보를 일부 수행하고 있지만 한쪽에만 계속 의존하기는 어렵다"며 "경찰 여러분이 갖고 있는 정보역량을 국정원의 보조적 역량으로 생각지 말고 국가의 중추기능이라는 자부심을 가지라"고 요구했다.

20일 국정원 방문, 22일 계룡대 장군들에 대한 특강 등 盧대통령은 권력기관에 대한 릴레이 특강에 나선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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