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피치] 한달여 남은 트레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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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월은 팀에 뭐가 있고 뭐가 부족한지를 파악하는 기간이며 6,7월은 그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기간이다. 그리고 8,9월은 4개월 동안의 준비를 바탕으로 온 힘을 다해 승부를 거는 기간이다."

메이저리그 단장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페넌트레이스 6개월의 '마라톤 승부'는 스타트가 너무 늦어서도 안되지만 초반에 조급한 승부를 걸어서도 안된다.

결정적인 승부는 어차피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가을에 이뤄진다. 그때까지는 마지막 승부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국내 프로야구도 메이저리그와 거의 같다. 전체 경기 수는 1백62 대 1백33으로 29경기가 적지만 월요일에 쉬고, 비로 연기된 경기를 치르다 보면 9월 중순이 넘어야 정규시즌이 끝난다. 메이저리그와 거의 똑같이 '6개월 레이스'를 벌인다.

지금은 2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이다. 팀당 55~59경기를 치렀다. 마라톤으로 따지면 약 17~18㎞ 지점이다. 앞서 말한 '최후의 두달 동안에 필요한 것을 보완하는 기간'이다.

프로야구 트레이드 마감일은 7월 31일이다. 이때까지가 각 구단이 서로 필요한 부분을 주고받아 보강할 수 있는 기간이다. 앞으로 약 한달 반 동안 각 구단의 움직임을 살펴보는 것은 그래서 재미가 있고, 의미가 있다.

현재까지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구단은 SK다. SK는 지난주 김정수와 김영수 등 왼손 구원투수를 집중 보강했다. SK는 시즌 개막 직전 조규제를 박경완의 보상선수로 현대에 뺏긴 뒤 왼손 구원투수가 없었다.

그래서 김정수와 김영수의 보강은 '마지막 2개월을 위한 준비'다. 더구나 포스트 시즌에서 마주칠 팀들(현재로서는 삼성.현대.기아)의 중심타선에 이승엽.양준혁.이숭용.장성호 등 왼손타자들이 대거 포진한 것을 감안하면 포스트 시즌 대비까지 해결한 셈이 된다.

현재 4강 가능성이 있는 팀들 가운데 삼성은 선발투수, 현대는 심정수의 뒤를 받쳐줄 거포(프랭클린이 못하고 있는 부분), 기아는 왼손 구원투수와 중심타자, LG도 중심타자, 한화는 마무리투수(14일 5연승을 이어가지 못한 피코타의 부진에서 뚜렷이 드러났다)부분이 초반 레이스에서 드러난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시즌 중에 드러난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은 용병 교체, 자체 발굴, 다른 팀과의 트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트레이드는 가장 현실적인 보완책이다.

그래서 포스트 시즌 진출 경쟁, 특히 우승에 도전할 목표를 세운 팀들은 순위경쟁에서 떨어져 나간 팀에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 경쟁을 벌이는 팀끼리 약점을 메워줄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7,8위 롯데와 두산이 집중 타깃이다. 롯데와 두산의 입장에서 보면 상위권 팀을 '도와주는 척' 하면서 앞으로 더 큰 활약을 할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기회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상위권 팀들은 현재 롯데의 검증된 외국인 선수 페레즈.이시온 등 중심타자와 왼손투수 주형광, 오른손 선발 박지철, 왼손 외야수 김대익, 두산의 왼손 구원투수 이혜천과 차명주, 스위치히터 장원진과 발빠른 정수근(둘다 올 시즌 뒤 FA가 된다)등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의 거취와 관련한 각 구단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도 프로야구를 즐기는 재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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