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이, 5경기서 5할打 연승 이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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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이(24·삼성)는 진지하다. '성실'이 투철한 생활신조이기 때문이다. 밥 먹을 시간에도 야구만 생각한다고 해서 동료들에게 종종 놀림도 당하는 정통파 성실맨이다.

박한이를 뛰어난 스포츠맨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센스와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듣는다. 손꼽히는 날쌘돌이 중 하나지만 주루플레이는 좋지 못하다.

지난해 도루 성공이 13개에 실패도 12개나 됐다. 엄청나게 훈련을 하면서도 "뻣뻣한 몸 때문에 3할 타자가 되기 힘들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래도 열심히 하는 선수는 언젠가 꽃이 피게 마련이다. 박흥식 삼성 타격코치는 "말려야 할 정도로 훈련을 열심히 하더니 이제 눈을 떴다"고 말한다. 수없이 많은 배팅 훈련에 로봇처럼 딱딱하던 하체가 부드럽게 풀어지면서 정교함과 장타력이 동시에 좋아졌다고 박코치는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4차전부터 갑자기 두각을 나타낸 박한이의 기세가 올 정규시즌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16일 현재 타율 0.317에 29타점이다. 2루타 15개에 홈런도 5개나 때리는 장타력도 보강했다. 병살타는 2개에 불과하고, 실책은 하나도 없다.

최근 상승세는 더욱 눈부시다. 박한이는 최근 다섯경기에서 평균 타율 0.500을 기록하면서 팀의 5연승을 이끌었다.

타석에서 볼에 맞아 간단치 않은 부상을 당했을 때도 김응룡 감독이 무리해 경기에 출전시킬 정도로 꼭 필요한 선수가 됐다.

박한이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또 있다. 홈런 신기록을 노리는 이승엽의 성적이 박한이의 활약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1번타자인 박한이가 누상에 나가 있어야 3번타자 이승엽이 볼넷을 피할 수 있다.

박한이는 이승엽을 보면서 유연한 타격폼을 배웠다. 이승엽이 잘 때려준 덕에 득점도 많이 했다. 이자까지 더해 갚아주고 싶은 심정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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