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퇴역군인들 이라크行 '골드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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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입이 1만2천5백개라…. 하루 4만끼에 좀 못미치는 숫자군. 매끼 입 한개당 10센트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면 하루에 무려 4천달러어치를 벌 수 있겠군."

중동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예비역 미 해병소령 맥 매클러랜드는 요즘 머리 속에서 주판알을 굴리느라 분주하다. 그는 최근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공급할 식품 계약건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미군 식량 공급업체 켈로그의 재하도급업자로 나설 계획이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AWSJ)은 16일 중동에서 활동했던 미국의 퇴역 군인과 외교관들이 전후 이라크 복구사업과 관련해 한몫잡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복구사업의 규모는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황금시장. 하지만 프로젝트마다 미국 정부가 계약에 나설 수 없다. 미 정부를 대신해 켈로그가 식량.주택보급과 같은 분야를 맡고, 벡텔은 복구사업을 맡는 식으로 기업에 맡겼다.

이들 업체는 다시 이를 구체적으로 쪼개 하도급을 주게 된다. 벡텔의 경우 이라크 복구사업의 90%를 하도급할 계획이다. 이라크를 둘러싼 현지 사정은 복잡하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지난 한달여 동안 벡텔에 사업 참여를 희망했던 업체만도 8천7백개에 이른다. 지난달 말 쿠웨이트시티에서 열린 하도급업체 콘퍼런스에는 인근 두바이의 업자 절반이 몰려들었다.

이 때문에 아랍어를 할 수 있고 현지 사정에 밝으면서 미 국방부나 국무부에 선이 닿아 있는 전직 군인이나 외교관들의 역할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고 AWSJ은 전했다.

이들이 하는 일은 현지 자재의 조달 정보 제공에서부터 지사 설립 컨설팅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복구사업에 참여하려는 세계 각국의 수많은 업체들에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벡텔이나 켈로그 등으로부터 이미 하도급을 받은 업체들의 사업을 도와주기도 한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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