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이제 중국 내륙으로 눈 돌릴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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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베이징과 상하이는 레드오션이다. 한류의 새 시장을 찾으려면 중국 내륙으로 들어가야 한다.”

 10일 서울 역삼동 사무소에서 만난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 송성각(사진) 원장은 ‘중국 내륙’을 강조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사무소를 내는 건 이제 ‘전시 행정’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수개월 전부터 중국 충칭(重慶)직할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충칭은 중국 내륙인 서부개발의 거점이 되는 핵심 도시다. 인구 3800만 명에 면적은 남한의 84%다. 송 원장은 “중국은 국토가 넓어서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내륙 쪽으로 유행이 옮겨가는 속도가 느리다. 그 점이 우리에게는 큰 기회다. 충칭을 비롯한 내륙의 큰 도시들은 여전히 한류의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의 무기가 ‘플러스 2%의 매력’이라고 했다. “중국 충차이미디어유한공사의 여성 대표가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빡빡한 일정에 잠시 틈을 내 서울 압구정동의 미용실을 찾아가더라. 중국 영화배우들에게 소개를 받았다고 했다. 머리를 한 뒤에 내게 ‘나 한국여자 같아요?’라고 물었다. 그때 깨달았다. 한국적인 것에는 중국에 없는 ‘2%의 매력’이 더 있다는 걸 말이다.” 그는 ‘2% 매력’의 유효기간을 “길어야 2년”이라고 했다. “중국의 추격 속도는 빠르다. 고급문화에 대한 세련미도 2년 후에는 따라잡으리라 본다.”

 이 때문에 ‘윈윈 전략’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은 성(城)과 성(城)이 하나의 국가와 마찬가지다. 우리 생각처럼 교류가 활발하지 않다. 그래서 한류가 서쪽으로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앞으로도 한류가 지속하려면 중국 내륙의 도시들과 상생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국에서 이익만 취하기보다 함께 공동의 이익을 통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2%의 매력’이 소멸되기 전에 말이다.”

 송 원장은 중국 내륙 시장의 유통망을 뚫기가 쉽지는 않다고 했다. “중국 경제가 관 주도이고, 국내 기업이 가진 중국의 인적 네트워크가 충분치 않다. 중국도 한국의 공신력 있는 기관과 먼저 관계를 맺길 바란다. 콘진원이 그 역할을 하려 한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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