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도 문재인도 박원순도 "아프다" 동병상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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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날 한 자리에서 "마음이 아프다"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능인선원에서 열린 개원 30주년 봉축기념 대법회에 참석해서다. 능인선원 측은 30주년을 기념해 약사여래(藥師如來)불 좌상으로는 세계 최대인 높이 18m짜리 '서울약사불'을 내부 광장에 조성하고 이날 처음으로 공개했다. 약사여래는 중생의 모든 병을 고쳐주는 부처다.

맨 먼저 축사에 나선 새누리당 김 대표는 “오늘 대불광장에 모신 약사대불은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아픔과 슬픔을 소멸시키는 구원불이라고 한다”며 “저도 지금 마음이 많이 아픈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자 청중들이 웃으며 박수를 쳤다. 김 대표는 "정치의 초심은 민생일 것이므로 정치 초심으로 돌아가 민생을 위한 개혁을 완수하고 더욱 정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최근 둘째 사위의 마약 투여 전과와 '양형 봐주기' 논란이 불거져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파혼을 하려 했지만 자식은 못 이기겠더라"고 한 뒤 국정감사장에도 나가지 않는 등 공식 일정을 잡지않다가 이날 법회에 참석했다.

김 대표에 이어 연단에 오른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약사불은 치료의 부처인데 저와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몸과 마음이 아픈 이 시대 중생들에게 가장 절실한 도움을 주는 부처”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세계 최대 크기라고 하니 국민의 아픔과 상처를 세계 최대로 치료해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는 스스로 재신임을 받겠다고 선언한 뒤 16일 중앙위원회에서 공천혁신안 처리를 앞두고 있다. 전당원 투표, 국민여론조사 중 하나에서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 대표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창당 60주년 기념 사진전에도 참석했다. 그는 2012년 9월 대선후보자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에서 자신이 정견을 밝히는 사진 옆에 '그런 때가 있었나요?'라고 쓴 포스트잇을 붙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신촌에서 유세를 하는 사진 옆에는 '그립네요! 그대가. 문재인'이라고도 적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능인선원 축사에서 김 대표와 문 대표의 말을 받아 “오늘 아픈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고 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박 시장 또한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을 다시 제기한 인터넷사이트 회원을 고소하는 등 마음 고생을 하는 중이다. 마지막 축사를 한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김 대표, 문 대표, 박 시장이 다 마음이 아프다”며 “하지만 늘 용기를 잃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능인선원 원장인 지광스님은 “나라의 거목인 여러분이 아프다니 저도 아프다. 고통을 마다하지 말라. 고통은 사람의 마음을 집중시키고 겸손하게 만드는 명약”이라며 손님으로 온 정치인들을 '본의아니게' 위로해야 했다.

김성탁·위문희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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