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풀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하면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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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 2국>
○·탕웨이싱 9단 ●·김지석 9단

제12보(114~130)=종반의 포인트가 좌변에서 중앙으로 머리를 내민 흑 일단이라는 것은 노리고 있는 탕웨이싱은 물론이고 지켜야 하는 김지석 또한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눈에 보이는 공방은 상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남쪽에서 그림을 그리며 북쪽을 도모하는 ‘도남의재북(圖南意在北)’의 책략과도 다르다.

 탕웨이싱이 원하는 건 상변을 조이면서 중앙봉쇄의 빙벽을 쌓는 그림. 실리로는 이미 따라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제는 포획, 섬멸 같은 전과가 필요하다.

 흑 일단은 유일하게 가시권에 들어온 사냥감인데 섣불리 백A로 압박하는 건 타초경사(打草驚蛇), 공연히 풀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탕웨이싱은 이 장면에서 자책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전선의 윤곽이 드러나고 보니 중앙 백△와 흑▲의 교환이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입증됐기 때문이다.

 백△는 흑 일단에 별 위협이 안 되고 흑▲는 중앙에 머리를 내밀어 사통팔달하고 있으니 탕웨이싱의 처지에선 뼈가 저리다. 우하귀 18로 패를 결행한 것도 최종목표는 흑 일단(22, 30…18 / 25…19). 이쯤에서 우하귀 패는 한발 양보하고 ‘참고도’ 흑1로 두텁게 밀어 올리는 게 좋겠다는 게 검토진의 견해인데….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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