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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천정배 회동 직후, 문재인 “대표직 건다” 폭탄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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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오른쪽)이 9일 당무위원회에 참석하면서 우원식 혁신위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주 최고위원은 공천혁신안 상정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묵살됐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뉴시스]

9일 하루 야권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아침부터 새정치민주연합 계파 간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 혁신위(위원장 김상곤)가 마련한 공천혁신안을 이날 당무위원회에서 처리할지를 놓고 최고위원회의에서 주류와 비주류가 정면 충돌했다. 이종걸 원내대표 등 비주류는 “공천 관련 혁신안은 더 논의해야 한다”며 당무위원회 상정에 반대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주류가 밀어붙이면서 격론 끝에 상정을 의결했다. 이어 열린 당무위에서는 ‘안심번호 도입 시 국민공천단 100% 경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 4개의 공천 관련 혁신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비주류 의원들이 당비를 내는 당원을 경선에서 배제하는 데 반발하자 후보자끼리 합의하면 ‘국민 70%와 당원 30%’로 경선을 치를 수 있도록 단서를 달았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쟁이 오가던 오전 10시쯤 안철수 의원이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국회 의원회관 안 의원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안 의원 측은 비공개 회동이 끝난 뒤 취재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천 의원의 제안으로 40분간 이뤄진 만남에서 두 사람이 ‘지금의 새정치연합 혁신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양측에 따르면 천 의원은 자신이 추진 중인 신당에 안 의원이 합류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천 의원은 안 의원에게 “당에 미련을 두지 말고 야권을 전면 재구성하기 위해 새 판을 짜는 게 이기는 길”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천 의원의 역할이 있다.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안 의원은 다만 본지 통화에서 “내가 탈당하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오른쪽)이 9일 당무위원회에 참석하면서 우원식 혁신위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주 최고위원은 공천혁신안 상정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묵살됐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뉴시스] 새정치연합 비주류 핵심과 신당 창당 그룹 핵심 간의 회동 직후 이번엔 문 대표 쪽에서 ‘폭탄선언’이 나왔다. 문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당 대표직을 놓고 재신임을 받겠다”고 했다. 문 대표는 “당 혁신안이 (오는 16일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거나,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재신임을 묻는 방식으로는 지난해 4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와 관련해 실시했던 방법(국민 여론조사 50%+권리당원 투표 50%)을 제시했다. ‘당 혁신의 실패’를 명분으로 전면전을 벼르고 있는 비주류에 맞서 대표직을 건 강수를 내놓은 셈이다.

 비주류는 “혁신안 통과를 관철시키기 위해 국민과 당원을 상대로 사실상 협박을 한 수준”(조경태 의원)이라고 비판했다. 김영환 의원도 “문 대표의 회견은 배수의 진을 치고 혁신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비주류 일각에선 당황하는 기색도 나타났다. 최근 비주류 진영에선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논의가 나왔다고 한다. 문 대표가 자진 사퇴를 하지 않을 경우 그를 포함해 당 대표를 새로 뽑는 전대를 치르는 방식으로 재신임을 묻자는 주장이다. 그런데 문 대표가 먼저 재신임 카드를 던졌다. 문 대표의 회견 직후 비주류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회동에서는 “현시점에서 조기 전대론을 펴면 오히려 문 대표 측이 내세운 ‘재신임 프레임’에 갇힐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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