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호투하고도 또 승리불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김병현(24·보스턴 레드삭스)의 얼굴이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의 위로와 관중들의 박수소리도 위안이 될 수 없었다. 김병현의 머리속에는 맞지않아도 될 홈런 한방이 생각을 어지럽혔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4회초. 첫 타자를 1루수 플라이로 잡아낸후 허용한 볼넷이 좋지 않았다. 연속 3개의 볼을 던진후 풀카운트 접전을 펼쳤지만 마지막 공이 아슬아슬하게 빠졌다. 그리고 허용한 2점짜리 홈런은 그린몬스터위에 새롭게 증설한 관중석을 훌쩍 넘어가는 장외홈런으로 연결됐다. 애스트로스의 득점은 그게 전부였다.

볼넷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초구가 몰리지 않았다면···. 많은 가정이 생각났지만 이미 공은 새까만 점으로 바뀐뒤였다.

16일(한국시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인터리그 홈 경기에 선발등판한 김병현이 홈런 한 방에 분루를 삼켰다. 6이닝 2실점. 7개의 피안타와 2개의 볼넷을 내줬지만 박수를 받을만틈의 호투였다. 탈삼진도 4개나 잡았고 방어율도 6.60에서 5.57로 낮아졌다. 김병현은 2-2로 동점을 이룬 7회초 무사 1, 2루의 위기에서 마운드를 내려왔으나 구원투수가 잘막아내 패전이 기록되지는 않았다.

작전대로 시원스럽게 풀리지 못했다. 불펜이 약해 많은 이닝을 던질필요를 느낀 김병현은 초반부터 적극적인 승부를 펼쳤다. 빠른카운트의 승부로 투구수를 조절해보자는 심산이었다. 투구수 93개중 스트라이크를 67개나 던진 것도 적극적인 투구의 결과였다.

그러나 애스트로스는 만만치 않았다. 끈질기게 승부를 펼쳤고 7구 8구까지 물고늘어졌다. 점수를 주지 않았으나 매이닝 힘든 경기를 치뤘다.

레드삭스 타선의 집중력부족도 아쉬웠다. 무사 1루, 무사 2루등 쉬운 득점기회에서 3개의 병살타를 쳤고 무리한 주루플레이로 홈에서 아웃당하며 흐름을 찾지 못했다. 레드삭스는 14안타를 치고 3점을 얻는데 그쳤고 잔루만 15개를 기록했다.

2득점도 상대실책이 빌미가 됐다. 펜스플레이가 미숙한 랜스 버크먼이 공을 더듬는 사이 주자가 홈을 밟았고, 6회에는 우익수가 햇빛에 가린 공의 낙하지점을 잡지못해 떨어뜨린 덕분에 얻은 3루타를 희생플라이로 연결시켜 간신히 동점을 만들었다.

레드삭스는 연장 14회말 매니 라미레스의 끝내기 안타로 3-2로 승리했지만 김병현이 승리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타선의 도움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Joins 유효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