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여야 합의 폐기하거나 시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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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른 국회법 개정안때문에 8일 새누리당이 술렁거렸다.

지난 7월 여야 합의로 국회 운영위와 법제사법위를 통과한 개정안의 두 조항 때문이다.

국회 상임위가 청문회를 개최하려면 종전에는 '법률안이나 중요한 안건의 심사'를 위해서만 할 수 있었으나 개정안은 ‘소관 현안'일 경우 열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또 ‘국회로 접수된 민원을 국민권익위로 이관하고 조사결과를 3개월안에 보고받는다’는 조항도 신설했다.<본지 9월8일자 3면> 전날 원유철-이종걸 여야 원내대표 회동 합의문엔 이런 국회법 개정안을 "11월5일 본회의에서 합의해 처리한다"고 애매하게 규정했다.

이에 새누리당에선 "야당이 1년내내 청문회를 열자고 할 것","국회와 권익위가 악성민원때문에 골치를 썩을 것"이란 우려와 함께 "합의를 백지화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여야간 합의가 비박계인 '유승민 원내대표-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시절 이뤄진 까닭에 주로 친박계 의원들이 문제를 삼았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은 "야당이 청문회 개최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커 국회 운영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시정하거나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합의해 처리한다’는 전날 여야 원내대표 합의문에 대해서도 “‘합의해 처리하도록 노력한다’는 등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하며 "지금의 개정안 대로라면 청와대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국회가 또다시 충돌하는, 제2의 국회법 개정안 파동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와 국회는 이미 한 차례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충돌한 전례가 있다. 지난 6월 여야가 합의로 국회법 개정안(행정부가 만든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시정명령권을 갖는다는 내용)을 통과시키자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다.

익명을 원한 또다른 친박계 의원도 "의원총회에서 제대로된 논의 한번 없이 이런 법안이 어떻게 합의됐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스러워했다.친박계가 부글부글하자 원내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개정안은 11월5일에 ‘합의해 처리한다’고 했으니 합의하지 못하면 처리할 수 없다"며 "국회운영에 혼선을 주거나 국정운영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법안은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오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야당이 사사건건 현안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할 수 있어 우려된다. 좀 더 심도있는 논의를 하겠다"고 보고했다. 기존에 합의한 내용대로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태세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여당이 기존 합의를 수정하려 든다면, 그것은 합의파기"라고 반발해 향후 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서승욱ㆍ김경희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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