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뭐길래…휘파람에 무너진 우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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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갤러리의 휘파람 소리만 아니었다면 타이거 우즈(미국)의 성적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15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올림피아 필즈 골프장 북코스(파70.6천5백41m)에서 열린 US오픈 3라운드.

2라운드에서 공동 5위까지 뛰어올라 대회 2연패 가능성을 엿보던 우즈는 1번홀(파5.5백26m)에서 두번째 샷을 하기 위해 클럽을 치켜들었다.

그때 갤러리 사이에서 "휘익~"하는 긴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우즈는 폴로 스루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공은 벙커로 날아갔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난 우즈는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휘파람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간신히 그 홀에서 파세이브에 성공했지만 우즈의 신경은 날카로울 대로 날카로워져 있었다.

급기야 5번홀 보기를 시작으로 9,10번홀에 이어 13,15,16번홀까지 무려 6개의 보기를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듯 클럽을 땅에 팽개친 것만도 수차례. 전날 버디 6개를 잡아내며 맹위를 떨쳤던 기량은 찾아볼 수 없었고, 버디라곤 14번홀(파4)이 유일했다.

5오버파 75타를 친 우즈는 합계 1오버파를 기록, 공동 24위로 추락했다. 5오버파는 우즈가 1996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US오픈에서 기록한 최악의 성적이다. 우즈는 "그렇게 못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소득이 없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우즈가 추락하는 동안 짐 퓨릭(미국)이 특유의 '8자 스윙'을 뽐내며 단독선두에 나섰다. 2라운드까지 비제이 싱(피지)과 공동선두였던 퓨릭은 이날 3언더파를 보태 합계 10언더파 2백타로 스티브 리니(호주)를 세타 차로 앞섰다.

1994년 PGA에 데뷔한 뒤 통산 7승을 거둔 퓨릭의 US오픈 최고 성적은 96년과 97년의 공동 5위. 지난해엔 컷오프의 관문도 통과하지 못했다.

퓨릭은 "US오픈에선 천천히 또박또박(slow and steady)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제까지 내 스윙이 잘못됐다고 비난한 사람은 없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러브3세.데이비드 듀발.제리 켈리.리치 빔(이상 미국).닉 팔도(영국) 등 강자들이 줄줄이 탈락한 가운데 최경주(33.슈페리어)도 2라운드 합계 13오버파의 부진으로 컷 오프됐다.

최경주는 오는 26일부터 백암비스타 골프장에서 열리는 SK텔레콤 오픈 출전을 위해 17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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