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두물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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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제천(1945~) '두물머리' 부분

내가 아는 어떤 풀밭에는
더듬이가 바이올린의 활과 같은 곤충이 산다
녀석이 더듬이로 풀잎을 건드리면
풀잎들은 바이올린인 양 오세요 오세요 가느란 음표들을 나에게 날려보낸다

내가 아는 어떤 풀밭에는
피아노의 건반과 같이 한쪽은 흑색, 한쪽은 백색의 날개를 달고 있는 곤충이 산다
녀석이 날개로 풀꽃을 감싸면
풀꽃들은 피아노인 양 오세요 오세요 투명한 음계를 나에게 띄워보낸다



물과 물이 만나니 두물, 그런 지역을 일컬어 두물머리라, 그 말부터 듣기 좋다. 과연 그곳에서 절묘한 화음이 들려오니, 곤충이 자기 더듬이로 풀잎을 켜는 현악기 소리요, 곤충 날개로 만든 건반을 풀잎이 두들겨 내는 피아노 소리다. 내 귀가 어두운가, 내가 지나다니는 두물머리에서는 그런 소리를 듣지 못했다. 곤충들이 물방울이 되고 물고기가 되어 반짝이는 거기가 어떤 '두물머리'냐고, 시인에게 물어보자.

박덕규<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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