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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실시한 국내 대학교육 평가] '작은 대학'이 강하다… 재학생 체감 만족도 결과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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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대상 = 2014 중앙일보 대학평가 상위 37개 대학(종합평가 상위 30위, 교육중심대학 상위 10위 이내)
'그렇다'(%)=해당 문항에 긍정적인 응답을 한 학생 비율
점수는 5척도 응답을 점수화(매우 그렇다=100, 그렇다=75, 보통=50, 그렇지 않다=25, 전혀 그렇지 않다=0), 10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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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제약사의 연구·개발, 마케팅도 알아야 할텐데, 강의 내용이 부족하다.”

“질의응답을 먼저 받고 특강을 해야 학생들의 관심을 더 끌 수 있을 것 같다.”

개강을 앞둔 지난달 27일 충남 논산의 건양대 자연학관 1층 강의실. 이 학교 창의융합대학 최남송 교수(의약바이오학부)가 2학기 수업 계획을 발표하자 10여 명의 교수들이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었다.

건양대는 학기 시작 전에 같은 단과대학 교수들이 모여 강의 계획을 함께 점검한다. ‘강의는 교수 개인의 권한이자 책임’으로 여기는 다른 대학에선 목격하기 힘든 장면이다. 토론 뒤 최 교수는 “지적에 따라 강의 계획을 마케팅 전공 교수와 함께 다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시간 맞은 편 강의실엔 ‘교육 질 관리 및 교육과정 워크숍’이 열리고 있었다. 40여 명의 교수들이 학생의 몰입도를 높이는 교습법에 대해 배우는 중이다. 김세훈 교육질관리처장은 “이런 워크숍이 이번 여름 방학에만 20여 차례 열렸다”고 설명했다.

건양대ㆍ숙명여대ㆍ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은 ‘작은 대학’이다. 여느 4년제 대학과 달리 학생 정원이 1만 명에 미치지 못한다. 연구력, 사회적 평판 등을 지표로 삼는 국내외 대학 순위엔 잘 부각되지 않는 학교다.

하지만 창간 50주년을 맞아 시행한 중앙일보 대학교육 평가 결과 세 학교의 재학생이 체감하는 교육 질과 만족도는 조사 대상 37개 대학 중 ‘상(상위 10~25%)’으로 조사됐다. ‘TOP3’(전남대ㆍ포스텍ㆍKAIST)에 이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교육중심대학’을 표방해온 이들 대학에선 교수와의 상담(건양대 3위). 수업 중 토론(코리아텍 3위)이 활발하다. 학습 시간(코리아텍 2위, 숙대 6위), 영어강의 만족도(숙대 2위), 사회봉사 경험(숙대 1위) 등 상당수 문항에서 ‘SKY(서울ㆍ고려ㆍ연세대)’와 같은 대형 대학을 앞섰다.

건양대는 학생과 교수와의 관계가 가깝다. 학생 열 명 중 아홉(90.5%)이 지난 학기에 교수와 수업내용·과제를 상담한 경험이 있다. 만남은 강의실 밖으로도 이어진다. 교수 한 명이 학생 10~20명과 팀을 꾸려 취미 활동이나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파트너십 트레이닝'이 대표적이다. 의료신소재학과 한기남(22)씨는 "지난 학기 3D프린터로 의수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며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나다 보니 자연스레 협업하는 능력이 길러졌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서울 소재 대학 가운데 학습시간(일주일에 14.7시간)이 가장 길다. 학교는 학습 지원에 적극적이다. A학점을 받은 선배가 후배의 예ㆍ복습을 돕도록 주선한다. 스터디 그룹을 만든 학생에게 모임 장소와 간식비ㆍ인쇄비 등을 지원한다.

박효빈(19ㆍ외식경영)씨는 “영어 강의가 따라가기 벅찼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 만나 한 시간 이상 해석을 도와준 선배 덕에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제화·창업교육에 대한 학생 만족도도 높다. 학교가 주관하는 국제교류프로그램인 ‘숙명글로벌탐방단’은 지금까지 2920명의 학생을 해외로 파견했다. 학생들에게 실제로 자본금을 대주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기획해 실제 창업까지 이어주는 방식의 수업도 활발하다.

취업률 1위(2014년, 85.9%)인 코리아텍은 실습 중심형 강의가 강점이다. 본지 조사 결과 이 학교 학생은 수업 준비를 위해 일주일에 평균 28.4시간 공부한다. 수업의 절반을 기획ㆍ설계ㆍ가공ㆍ제작과 같은 실습으로 진행한다. 3ㆍ4학년 때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 4~6명이 팀을 꾸려 6개월 간 졸업작품을 만든다. 학교는 총 200여 개 실습실 중 80개를 학생에게 24시간 개방해 언제라도 공부할 수 있게 돕는다.

교수와도 쉽게 자주 만난다. 정건웅(27ㆍ메카트로닉스공학부)씨는 “수업이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한번은 커피를 사들고 지도교수를 편하게 뵈러 간다”고 말했다. 진로 정보 제공에도 적극적이다. 잡카페 ‘다온’엔 교수가 머물며 원하는 학생에게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준비를 컨설팅한다.

최근엔 인성ㆍ시민교육 노력도 활발하다. 본지 설문에서 재학생 열 명 중 셋(29%)이 학교의 인성ㆍ시민교육에 참여한 적 있다고 했다. 코리아텍은 8월 인성교육을 전담하는 3층 규모의 시설(나우리인성관)을 열었다. 내년부터 신입생 전원이 인성교육 과목(1학점)을 이수하게 된다. 김기영 총장은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제품을 생산ㆍ개발해야 하는 공학도에겐 인성ㆍ감성이야말로 필수”라고 말했다.

대학평가팀 guchi@joongang.co.kr

◇대학평가팀=천인성(팀장)·박유미·남윤서·현일훈 기자, 심송진·구세미·이화 연구원
취재 참여=이설(중앙대 경영 졸업)·이유경(연세대 정치외교4)·김벼리(성균관대 국문4)·최문석(조선대 역사문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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