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넷에 맞벌이, 포기 안했더니 여기까지 왔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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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글로벌 여성 인재 양성 좌담회’에 참석한 셰리 블레어는 여성 교육과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뉴시스]

“여성의 나이를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빗댄다는 말이 있죠. 25일(25세)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진다고요.”(이화여대 학생)

 “그렇다면 저는 가치가 가장 높을 때 결혼해버린 셈이 되네요. 나이 등 한계를 규정하지 말고 자신의 능력을 펼치세요.”(셰리 블레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부인인 셰리 블레어(61)가 한국을 방문해 이화여대 교수·학생들을 만났다. 2일 이화여대 역사관에서 열린 ‘글로벌 여성 인재 양성 좌담회’에 참석한 그는 ‘여성 교육과 여성 리더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셰리 블레어는 인도·네팔·스리랑카 등 아시아 여성들을 무상으로 교육하는 아시아여성대학(AUW·Asian University for Women)의 명예총장 자격으로 좌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1997년부터 10년간 총리 부인으로서의 역할과 함께 변호사와 파트타임 판사로 일하며, 10여 개의 재단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다. 이후 AUW 명예총장직 등 아시아 여성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화여대는 2013년부터 AUW과 글로벌 여성인재 양성을 위한 협정을 맺고 매년 AUW가 추천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는 등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좌담회에서 셰리 블레어는 “한국 최초 여의사 박에스더 선생이나 첫 여성 헌법재판관인 전효숙 교수 등을 보면 여성 인재를 교육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리더들과 교육기관의 노력이 한국 여성의 능력과 잠재성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한국 여성이 지난 수십 년 간 교육을 통해 큰 발전을 이뤄낸 것처럼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서로 멘토링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는 세계 각국의 정부가 여성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여성에 대한 교육이 발전해온 만큼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그런 노력을 토대로 여성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며 차별을 깨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좌담회가 끝난 뒤 셰리 블레어는 이화여대 학생들과 여성 역량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화여대 여성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효정(31)씨가 “여성들이 좋은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가도 육아 등 사회문제에 직면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하자 이렇게 조언했다. “나도 20대부터 아이 넷을 낳고 남편을 내조하면서 내 일까지 해왔기 때문에 어려움을 잘 알아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른 여성들과 함께 서로 힘을 주고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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