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등급 이하 대학들 “교육부 일관성 없는 평가”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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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가 발표되면서 전국의 4년제대 158곳과 전문대 132곳이 A·B·C·D·E 등 다섯 등급 중 하나로 ‘등급화’됐다. A 등급을 받은 48대 대학(전문대 14곳 포함)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학들은 1차로 2016년까지 정원 5439명을 줄여나가야 한다. D등급은 10%, E등급은 15%를 각각 줄여야 한다. 2020년까지 총 16만 명의 정원이 감축된다. 교육부는 이날 평가 등급에 따라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도록 권고했으나 이를 자율 또는 권고로 받아들이는 대학은 거의 없다. 정원 감축을 하지 않으면 행·재정적 불이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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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D·E등급을 받아 재정 지원에서 불이익을 보게 된 대학은 오는 9일부터 이뤄지는 대학별 수시모집에서 피해를 보게 됐다. D·E등급 대학 이름은 공개됐기 때문이다. 신입생이 지원을 기피할 수도 있다.

 재정 지원 제한을 받지 않는 B·C 등급 대학들도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무엇보다 교육부 정책의 비일관성을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난 연말 구조개혁 평가 계획을 발표하며 “D·E등급 중 10%를 위 등급으로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지난봄 1단계 평가에서 D·E등급 후보에 오른 대학들은 상향 조정을 기대하며 지난 7월 2단계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교육부는 등급 상향 조정을 하지 않았다. 정책을 바꾼 것이다. 다만 D등급을 받은 대학이 평가 결과 발표 이전에 받았던 재정 지원금에 대해서만 일부 기득권을 인정했다. 문제는 이들 대학이 향후 수천억원에 달하는 신규 사업(프라임 사업, 인문학진흥사업 등)에서 완전히 배제된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B등급 이하 대학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는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상향 조정하려 했으나 대학 구조개혁을 보다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량·정성평가로 등급을 낸 평가 방식도 대학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D등급에 속한 K대 관계자는 “정량평가 결과에서 각 대학 간 차이가 거의 나지 않다 보니 평가단의 면접과 같은 정성평가 중심으로 등급이 결정됐다. 이런 식의 평가가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사립대의 정원 감축을 권고하면서 아무런 법적 근거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번 구조개혁의 근본적인 한계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4월 발의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은 낮은 평가를 받은 대학의 정원을 강제 구조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교육부는 이처럼 의원 입법 형식으로 대학 구조개혁을 뒷받침하는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했으나 여당과 야당의 이견에 휘말려 번번이 실패했다. 대학들이 “돈을 무기로 정원 감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교육부에 의한 입학정원 감축과 재정지원 제한 정책은 가뜩이나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을 더욱 곤혹스럽게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대학 보직교수는 “기부금과 법인전입금은 늘지 않고 있고, 반값 등록금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대학의 재정 구조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교수나 직원 수를 강제로 줄이기 어렵다는 점에서 교육의 질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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