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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서울메트로, 협력업체 직원은 죽어도 좋다는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29일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협력업체 직원이 열차와 도어 사이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메트로와 경찰은 이 사고를 근로자가 정비규정을 지키기 않아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열차 운행시간 중 작업을 하려면 먼저 관제센터에 연락하고 2인1조로 가야 하는데 혼자서 작업하다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단순히 규정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안전사고로 넘길 수 없다. 안전관리의 외주화에 따른 협력업체 직원의 산업재해라는 고질적인 폐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는 전동차 정비, 본선 전기통신, 궤도 신호, 스크린도어 관리 등을 외주 업체에 맡기고 있다. 많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과의 긴밀히 협력이나 안전 보호 등을 제대로 수행하는지는 의문이다.

 서울메트로는 2년 전 성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중 사망사고가 일어난 후 작업 규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이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번만 규정을 어긴 것인지 이전에도 관행적으로 어긴 것인지에 대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산재 통계도 지난해 본부 직원 관련 사고 19건만 파악하고 있을 뿐 협력업체 직원 산재는 아예 집계조차 않고 있다. 안전관리 업무 상당 부분을 외주화하면서 협력업체 직원들의 안전에 대해선 도외시해온 것이다.

 원청업체의 무관심과 하청업체의 적당주의가 빚어내는 산업현장의 안전사고는 도를 넘었다. 지난달 6명이 숨진 한화케미칼 울산 2공장 폭발사고 등 최근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산재 현장엔 똑같은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안전관리를 외주화하며 책임과 관리마저 느슨해지면서 산업현장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 외주화에 따른 산재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산재를 줄이기 위한 협력 방안을 찾아 실행하고,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원청업체의 안전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