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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유럽의 병자’에서 변신한 독일 분단 한반도에 주는 교훈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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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독일의 역습
한스 쿤드나니 지음
김미선 옮김
사이, 287쪽, 1만3900원

변주곡은 ‘하나의 주제가 되는 선율을 바탕으로, 선율·리듬·화성 따위를 여러 가지로 변형하여 나가는 기악곡’이다. 역사의 세계에도 변주곡이 있다. 주제 선율이 권력이라면, 선율·리듬·화성에 해당하는 것은 국제정치경제다. 끝없는 변형이 이뤄지지만, 변형은 어떤 구조의 틀 안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 150년 간의 독일 국제관계사를 그린 이 책을 우리가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독일은 분단을 극복했다. 독일은 우리가 ‘되고 싶은 나라’다. 마침 『강대국의 흥망』의 저자인 폴 케네디 예일대 석좌교수는 한국이 독일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예견했다. 또 유럽연합(EU)은 언젠가는 설립될지 모르는 ‘동북아국가연합’을 예시한다. EU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한·중·일 동북아 3국 사이에 이미 혹은 언젠가는 발생한다.

 이 책의 원제는 ‘독일이라는 권력의 패러독스(The Paradox of German Power)’다. 지구의 이쪽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아시안 패러독스’가 있다. 이 책은 패러독스를 헤쳐나가야 할 지도급 인사들에게 필독을 권할만하다.

 저자인 한스 쿤드나니 영국 버밍엄대 독일연구소 연구원은 독일을 ‘지경학적 반패권국가(地經學的 半覇權國家, geo-economic semi-hegemon)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에 『독일의 역습』의 핵심 주제인 ‘독일 패러독스’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있다. 독일의 역내 경제적 지배력이 너무 강해서 EU내의 균형이 유지될 수 없다. 동시에 위로부터의 질서를 독일이 부과하기에는 독일의 패권이 충분히 강하지는 않다.

 이 책이 그리고 있는 독일-EU 관계는 지극히 미묘하기에 흥미롭다. 독일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지만 사실상의 패권국에 근접한 모습이다. 독일이 사실상(de facto)의 패권을 차지하도록 길을 열어 준 것은 독일에게 EU라는 굴레를 씌우려고 한 프랑스의 꼼수다. 책 속의 독일은 ‘얌체’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독일은 ‘무임승차’를 하고 있는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것이다.

 독일이 ‘유럽의 병자’에서 ‘유럽의 패자(覇者)’로 전환한 과정도 흥미롭다. 어쩌면 한·중·일 삼국 모두 결국엔 저성장의 늪에 빠진 병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눈길이 가는 책이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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