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국이 경제 불안을 수출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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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차이나 리스크’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공포와 충격이란 새로운 상품까지 수출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나흘 연속 급락했던 상하이종합지수가 26일 또다시 1% 이상 떨어졌다. 전날 발표된 인민은행의 전격적인 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도 소용이 없었다. 지난 11~13일 위안화 가치를 4% 넘게 떨어뜨린 중국이 추가 절하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로 인해 환차손을 우려한 글로벌 핫머니들이 중국 등 이머징 마켓에서 한꺼번에 빠져나와 전 세계 주식·외환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차이나 리스크가 세계 경제위기로 직결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더 커진 것만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동안 시장에선 중국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했다. ‘중국 정부가 실물은 물론 금융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중국 시장의 개방 정도가 낮아 불안이 세계 금융시장으로 번질 우려도 작다고 봤다.

 하지만 중국 낙관론의 토대가 속절없이 허물어지고 있는 게 문제다. 중국 정부의 시장 관리는 이미 실패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런 신뢰 추락이 차이나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다행히 한국 등 일부 증시는 선방하고 있지만 주요 2개국(G2)의 한 축인 중국발 쓰나미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미국도 9월로 예정됐던 금리인상을 연기할 판이다.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러시아·브라질·동남아 등 신흥국 경제는 더욱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감소하면서 자원 수출에 의존해온 이머징 국가들의 화폐가치와 주가가 곤두박질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이머징 마켓이 바로 한국의 최대 수출지역의 하나라는 점이다. 한국 경제는 이미 만성질환을 앓는 중이다. 수출과 내수·투자가 얼어붙은 가운데 가계부채가 1100조원을 넘어섰다. 차이나 리스크에 대처할 수 있는 금리·환율·재정 정책수단이 매우 제한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교육 등 4대 개혁도 지지부진하다. 꼬리를 물고 밀려드는 해외발 쓰나미를 막는 방파제이자 유일한 처방은 경제 개혁과 체질 개선뿐이다.